미국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로 꺼내든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 적용 면제국에 우리나라를 포함하기로 했다. 미국은 앞서 독자 대러 제재를 발표한 유럽연합(EU) 27개국과 일본·호주·영국·캐나다·뉴질랜드 등 32개 핵심 동맹국에만 FDPR 예외 규정을 적용한 바 있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은 3일(현지시간) 워싱턴DC에서 돈 그레이브스 미 상무부 부장관 및 달리프 싱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 등과 연쇄 협의를 가진 뒤 특파원들과 만나 “(한미가) 합의를 함에 따라 57개 비전략 물품에 대해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을 할 때 (미 상무부가 아닌) 한국 당국의 수출통제를 받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FDPR 예외 대상국에 포함이 안 돼 있으면 우리 기업들이 러시아에 수출하는 데 있어 미국 상무부의 수출통제 컨트롤을 받아야 한다”면서 “미국은 한국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 모든 국가를 (상대)하다보니 여러모로 불확실하고, 기업들 입장에선 이게 될지 안 될지 행정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고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있었”"고 설명했다.
여 본부장은 "대러 수출통제와 관련해 한미 양국간 아주 굳건하게 공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면서 "(협의 때) 미국측 분위기는 굉장히 우호적이었고, 특히 한국이 미국과 밀접하게 공조를 하면서 대러 수출통제나 (금융) 제재에 동참해줘 동맹 차원에서 굉장히 사의를 표하는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다른 동맹들처럼 빨리 제재에 참여하지 그랬느냐는 미국 측의 얘기는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혀 그런 건 없었다"며 "오히려 한국이 미국과 유사한 수준으로 수출통제를 하기로 결정했다는 데 굉장히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1일) 국정연설에서 (제재 동참 국가로) 여러 나라들을 얘기하면서 한국도 명시하지 않았느냐"며 "(미 당국자들은) 한국을 그렇게 명시한 게 미국이 동맹 차원에서 한국에 대한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고 했다.
여 본부장은 미국이 당초 FDPR 면제 대상에 한국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과 관련해선 "우리나라 수출통제 시스템은 미국과 약간 다르게 구성이 돼 있다"면서 "미국과 비슷한 시스템을 가진 나라들은 이것을 바로 시행할 수 있지만, 한국의 경우에는 미국과 사전협의가 많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