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5년 만에 물가회의 대책이 기업 팔 비틀기 수준인가


인플레이션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홍남기 경제부총리와 관계 부처 장관들이 4일 총출동해 물가 안정 대책을 내놓았다. 5년 만에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는 4월 말 종료될 예정이던 유류세 20% 인하와 액화천연가스(LNG) 할당관세 0% 조치를 7월 말까지 3개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70억 원 규모의 농축수산물 할인 쿠폰을 지원하고 사료·식품 원료 구매 자금 금리를 각각 0.5%포인트씩 인하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하나같이 재정을 투입해 가격을 낮추겠다는 것으로 땜질식 처방에 머물러 있다.



더욱 한심한 것은 기업을 겁박해 물가를 잡겠다는 당국의 발상이다. 홍 부총리는 “관련 업계도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 폭 조정 등을 통해 물가 안정에 적극 동참해달라”고 압박했다. 홍 부총리는 가격 정보 교환 합의만으로도 담합이 될 수 있다는 공정거래법을 거론하며 “법 위반 행위를 적발하면 엄정 대응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정치권의 선심 정책 남발에 휘둘린 정부가 마구잡이로 돈을 풀어 물가를 자극하더니 사과는커녕 만만한 기업을 상대로 팔 비틀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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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는 2월에 전년 동기 대비 3.7% 상승해 5개월째 3%대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근원물가도 3.2% 올라 10년 2개월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까지 겹치는 바람에 물가 오름세가 한층 가팔라질 수 있다. 원·달러 환율이 4일 1210원 선을 넘어 1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나 브렌트유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물가 불안을 부추기고 있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원자재 수급 차질을 우려해 기업들의 희토류 채굴을 전폭 지원하는 등 공급망 재편 방안을 내놓고 있다. 우리도 스태그플레이션 현실화에 대비해 통화·에너지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물가 안정 대책과 함께 대체 수입 경로 발굴 등 지원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이런데도 유력 대선 후보들은 표를 얻기 위해 현금 살포 공약 경쟁을 하면서 물가 급등을 부채질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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