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도 오르고, 커피값도 오르고, 아이스크림값도 오르고 실시간으로 오르는 물가를 보면서 속상한 마음에 소주 한 병 마실까 했는데 이제는 소주 가격까지 오른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서민 술로 불리는 소주도 이제는 맥주와 함께 마시려면 만원도 깨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데요. 도대체 소주값이 얼마나 오르는 건지, 우리가 사는 소주값이 오르는 시점은 언젠지, 그리고 도대체 왜 오르는 건지 서울경제썸에서 알아보겠습니다.
소주값 인상의 시작을 알린 건 업계 1위인 하이트진로입니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을 만드는 곳인데요. 지난달 23일부터 참이슬 오리지널 공장 출고가를 기존 1081.2원에서 7.9% 즉 85.4원 인상하여 1166.6원 되었습니다. 업계 1위가 가격을 올리면 업계의 다른 회사들도 가격을 올리려고 하죠. 업계 2위 처음처럼을 비롯해(롯데칠성음료, 평균 7.7%), 좋은데이와 화이트(무학, 평균 8.84%), 잎새주와 보해소주 (보해양조, 평균 14.6%) 역시 줄줄이 가격이 올랐습니다.
이렇게 소주 제조사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리자 마트나 편의점에는 ‘소주런’도 일어났습니다. 소주 가격이 인상되기 전에 소주를 집에 쟁여둬야겠다는 소비자들 때문에 대형 마트는 일시적으로 소주 매출이 급증하기도 했고요. 매대에 소주가 텅텅 비는 상황도 발생했습니다. 소주는 가격민감도가 큰 제품이라 장을 보러 마트에 들렀던 고객들이 소주값 인상 소식에 너나 할 것 없이 소주를 장바구니에 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당장 마트에 가서 소주를 좀 사둬야겠다고요? 안타깝지만 이미 마트든 편의점이든 소주의 유통가격은 실시간으로 올라버린 상황입니다. 어떻게 벌써 소비자가까지 올랐냐고요? 보통 상품의 출고가격이 오르면 유통가격이 오르기까지는 시차가 발생합니다. 국제 원유가 오른다고 동시에 주유소의 기름값이 동시에 오르지는 않는 것처럼요. 인상된 가격의 상품이 출고되고, 유통되어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례적으로 이번 소주값 인상은 실시간으로 유통가격에 반영됐습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 홈플러스와 편의점 4사는 지난 24일 참이슬 출고가격이 오르자 당일 혹은 이튿날에 판매 가격을 100원씩 올렸어요.
이런 상황때문에 인상 전 가격에 싸게 사온 재고를 인상 후 가격으로 비싸게 팔아 폭리를 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데요. 유통사의 입장은 다릅니다. 소주와 같은 주류는 재고를 보관하는데 비용이 많이 드는 편입니다. 또한 부피도 크고 무게도 많이 나가죠. 그래서 애초에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못한다고 합니다. 편의점 같은 작은 유통사일수록 더욱이요. 미리 재고를 확보해두려고 해도 가격 인상을 앞둔 제조사가 대량 납품을 해주려고 하지도 않죠.
그래도 출고가가 오른만큼만 유통가를 올리는 마트나 편의점은 나은 편에 속합니다. 식당과 같은 업소의 경우엔 소주 출고가가 몇백원 오르면 통상적으로 1000원씩 판매가격을 올려왔거든요. 제조업체→도매상→식당까지 유통 단계별로 마진이 붙기 때문이죠. 이전에는 식당에서 소주를 4000~5000원 수준에 판매해왔는데 이제는 5000~6000원 수준으로 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강남권은 1병당 6000원 수준에 소주를 판매할 것으로 보이고요. 압구정이나 청담은 이미 6000~7000원에 소주를 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7000~8000원까지 인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소주가격을 너나 할 것 없이 올리는걸까요? 소주 제조사들은 원가 상승을 이유로 꼽고 있습니다. 소주를 만드는 주된 원료는 주정인데요. 주정을 만드는 회사가 이미 지난달 4일부터 주정 가격을 평균 7.9% 인상했거든요. 또 병뚜껑 업체들이 지난달 1일 병뚜껑 가격을 평균 16% 인상한 만큼 소주병의 뚜껑을 만드는데 드는 비용도 올랐다고 합니다. 빈용기 보증금 취급수수료가 인상된 점 또한 소주 가격 인상을 부추기는데 한몫했습니다. 환경부가 소주병 취급 수수료를 매기는데요. 그 수수료가 현행 400㎖ 미만 술을 30원에서 32원으로, 400㎖ 이상 제품은 34원에서 36원으로 각각 올랐거든요.
더 안타까운 소식은 맥주 가격도 오를 예정이라는 겁니다. 오는 4월에 주세법 개정을 앞두고 있는데요. 이에 따라 맥주에 매겨지는 세금도 리터당 20.8원 오른 855.2원으로 인상될 예정입니다. 맥주 제조사도 세금 인상에 원부자재 가격 인상을 이유로 맥주 가격을 올릴 명분히 충분해지는 거죠. 역시나 1위 맥주업체인 오비맥주가 가장 먼저 오는 8일부터 가격을 평균 7.7% 인상할 것이라고 예고했는데요.
마찬가지로 맥주 업계 1위 업체가 가격을 인상했으니 다른 업체들의 가격 인상도 줄줄이 뒤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식당에서는 맥주가 1병 당 5000원 수준에서 판매되고 있는데요. 맥주 출고가가 오른다면 식당에선 판매가가 6000원 수준으로 오를테고 결국 소맥을 마시고 싶은 소비자들에겐 10000원으론 부족한 상황이 올 수도 있는 겁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출고가격을 올리는 제조사나 기다렸다는 듯이 판매가격을 올리는 유통사, 또 100원 올랐는데 1000원 올려 버리는 식당이 야속하기는 하지만 이런 가격 인상의 배경에는 결국 물가 상승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인건비부터 원자재까지 안 오른 것이 없으니까요. 안 그래도 작년부터 높은 물가가 지속돼왔는데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시작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고 원자재값이 폭등해 물가가 더 가파르게 오를 일만 남은 상황입니다. 국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년만에 5%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요. 하루빨리 물가가 안정되어 모두가 한시름 놓을 수 있는 상황이 되기를 바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