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울진에서 4일 오전 발생한 산불이 북진하다가 강한 바람을 타고 다시 무서운 기세로 남하하면서 울진읍을 코앞에서 위협하고 있다. 산림·소방 당국은 헬기와 지상 장비, 인력을 대거 투입하면서 산불의 남하를 저지하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강한 바람과 하늘을 뒤덮은 짙은 연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5일 산림·소방 당국 등에 따르면 현재 산불 영향구역은 약 1만145㏊로 확대됐다. 주택 193채 등 시설물 281곳이 화마에 피해를 입었고 피해를 입는 곳이 급속도로 늘어나는 추세다.
엄청난 숲을 태우면서 무서운 기세로 남하한 이번 산불은 하늘을 뒤덮은 짙은 연기로 시야 확보가 어려운 데다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헬기 진화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불길은 강한 바람을 타고 기존 산불 영향구역을 벗어나 울진읍과 죽변면으로 급속도로 번져 인근 마을 주민에 대피령까지 내려졌다.
이날 울진읍 가스충전소와 주유소 인근까지 불이 번지는 등 위험천만한 순간이 발생하기도 했다. 울진군청 1∼2㎞까지 산불이 빠른 속도로 남하하고 곳곳이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연기로 뒤덮이면서 도로 곳곳이 통제됐다. 울진에는 초속 27m의 강풍이 부는 데다 짙은 연무 등으로 헬기 접근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당국은 진화에 사투를 벌였다.
강릉 등 타지역에서 산불이 동시다발 하면서 헬기 분산으로 진화가 지연되는 것으로 보고 추가로 울진에 헬기를 투입했으나 일몰 전에 주불을 잡지는 못했다. 헬기 51대를 투입한 공중진화에도 불길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소방당국은 내일 날이 밝는 대로 다시 총력 진화에 나설 예정이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산불 남하 저지를 목표로 했지만 바람이 강하고 헬기 작업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며 “산불이 강한 북서풍을 받아 남하한 상황이어서 울진읍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최 청장은 이어 “야간 산불로 넘어갈 경우 인력을 울진읍 방어에 집중하겠다”며 “내일 아침에 대기 중인 헬기 총 51대를 일시에 투입해 내일까지 주불 진화를 목표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거센 산불이 계속해 이어지면서 산불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산불 영향구역은 오후 5시 기준 약 1만145㏊로 대폭 늘었다. 축구장(0.714㏊) 1만4208개 면적에 해당한다. 울진의 영향구역이 9489㏊, 삼척이 656㏊다. 산불 영향구역은 전날 밤 3300㏊, 이날 오전 6066㏊, 이날 오후 2시 8571㏊에 이어 계속 급증하는 추세다.
주택 193채 등 시설물 281곳이 소실됐다. 산불이 울진읍 등 주민들이 많이 모여 사는 지역으로 확산하면서 곳곳에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지고 있다. 대피 대상 주민이 1만명이 넘지만, 일부 지역에서 통신망이 두절되고 휴대전화가 없는 고령 주민도 있어 군청 주민들이 일일이 집을 방문해 대피를 안내했다. 실제로 대피소에 가 있는 주민 수는 정확하게 집계되지 않고 있으나 대략 1만 명 가까이에 이를 것으로 군은 추산하고 있다.
불이 전기 선로를 덮치면서 이날 오후 2시 52분께 울진읍 연지리 주택 521가구에서 정전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전 경북본부는 전날 오후 8시부터 한울원전에서 봉화, 영주로 이어지는 345kV 송전선 6개 회선 중 4개 회선을 예비적으로 차단했다. 한전 측은 “산불로 송전선이 끊어질 경우 대규모 정전이 발생할 수 있어 산악 지역을 지나는 4개 회선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산불 남하 저지와 함께 원전, 가스충전소, 송전설비, 소광리 금강소나무숲 등 보호에도 집중하고 있다. 전날 밤 한울원전과 삼척 LNG 생산기지, 송전선로를 지켜낸 당국은 이날 산불 남하에 다시 원전 등 방어에 전력을 쏟고 있다.
울진읍에서는 가스충전소 인근까지 불길이 번지며 소방당국은 헬기 등을 동원해 진화에 총력전을 벌였다. 설상가상으로 충전소 바로 옆에는 농협주유소도 있어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방·산림 당국의 총력전으로 원자력발전소와 LNG 생산기지는 현재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산림과 소방당국은 산불 진화와 함께 원전, LNG 기지, 송전선로 주변에도 장비와 인력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불을 끄고 방화선을 구축해 주요 시설을 지켜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