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법은 “선거인이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선관위 선거법 위반 논란

선관위, 확진자 투표 받아 대신 투표함에 넣어

선거법 157·158조 선거인이 투표함 넣게 해

선관위, 선거법 대신 선거관리규칙 따라 진행

野 항의 방문 때 사무총장 “확진자들 난동” 발언

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연합뉴스사전투표 마지막 날인 5일 부산 해운대구 한 사전투표소 측이 준비한 확진자·격리자용 투표용지 종이박스./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코로나19 확진자들이 기표한 투표용지를 대신 받아 투표함에 넣어 논란을 사고 있다. 공직선거법에는 확진자, 비확진자 구분 없이 투표용지는 선거인이 직접 투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가 감염병 환자의 투표 행위에 대한 법령이 없다는 이유로 편의적으로 법을 해석해 투표를 진행했다. 정치권은 여야 없이 선관위의 미숙한 선거관리를 질타하고 나섰다.



6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전날 김웅·김은혜·유경준·이영 의원이 전날 밤 9시 45분께 선관위를 항의 방문 했다. 이후 김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선관위 김세환 사무총장과 대화한 내용을 공개했다.

김 의원은 “왜 공직선거법 157조 4항에서 선거인이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도록 한 규정을 위반했느냐”고 묻자 김 사무총장은 “우리는 법과 원칙대로 했다. 법대로 하라”고 답했다. 김 의원은 “공직선거법 위반인데 그게 법과 원칙에 맞느냐”고 재질의하자 김 사무총장은 “임시기표소는 아무런 규정이 없다”고 맞섰다.

선관위의 설명대로 선거법에는 코로나19 확진자를 위한 임시기표소와 관련된 아무런 규정이 없다. 대신 하위규정인 선거관리규칙 67조의 2에는 ‘감염병 환자 등의 선거권 보장(선거법제6조의 3 제1항)’에 따라 임시기표소를 설치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선관위의 입장은 선거법 151조 ‘하나의 선거에 투표구마다 선거구별로 동시에 2개의 투표함을 사용할 수 없다’는 규정과 아무런 투표 행위 규정이 없는 선거관리 규칙에 따랐다는 설명이다. 투표함을 두 개로 둘 수 없으니 유권자의 기표용지를 대신 받아 넣었다는 논리다.



문제는 선거법과 선거관리규칙 어디에도 감염병 환자의 기표용지를 대신 받아서 투표함에 넣을 수 있다는 내용이 없다는 점이다. 투표행위를 규정한 선거법은 모두 선거인이 직접 투표함에 기표용지를 넣게 하고 있다. 157조(투표용지 수령 및 기표절차) 4항에는 ‘선거인은 (중략) 투표용지를 기표한 후 (중략) 투표참관인의 앞에서 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 적시하고 있다. 또 158조 ‘사전투표’ 역시 4항에 ‘선거인은 (중략) 기표한 다음 (중략) 사전투표함에 넣어야 한다’고도 명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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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은 국민의힘 소속 유경준(앞줄 오른쪽) 행안위원과 이영·김웅·김은혜 의원 등이 선관위 관계자를 만나 항의하고 있다./사진=유경준 의원 페이스북지난 5일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찾은 국민의힘 소속 유경준(앞줄 오른쪽) 행안위원과 이영·김웅·김은혜 의원 등이 선관위 관계자를 만나 항의하고 있다./사진=유경준 의원 페이스북


심지어 선관위가 따랐다는 선거관리규칙 67조는 선관위가 감염병 환자의 투표를 위해 적극적인 행위를 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규칙이 임시 기표소 설치 뿐 아니라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선관위가 확진자와 비확진자의 동선을 달리해 선거인이 직접 투표함에 넣는 선거권(157조·158조)을 보장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관리인이 유권자의 투표용지를 받아서 대신 투표함에 넣는, 법에도 명확히 규정되지 않은 행위를 했다. 전날 현장을 찾은 유경준 의원은 이에 대해 “투표용지를 직접 유권자가 넣는 법안과 확진자의 투표용지를 (선관위 직원이)받아서 투표함에 넣는 행위가 충돌하는데 법을 편의적으로 해석해서 했다”고 지적했다. 또 “심지어 선관위 직원이 (법에 규정된)참관인이 없이 투표함에 넣기도 했다”며 “준비 소홀로 인한 불법 투표 행위를 충분히 해명하고 본투표 때 시민들의 권리와 법이 충돌하지 않게 시정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선관위의 해명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전날 김 의원이 “공직선거법 158조에 의해 사전선거의 경우 현장에서 투표용지를 출력하는데 왜 투표용지가 발견되는가"라고 묻자 김 사무총장은 “확진자들이 직접 투표함에 넣겠다고 ‘난동’을 부리다 인쇄된 투표용지를 두고 간 것 같다”고 답했다. 선거법에 따라 선거인이 헌법에 보장된 투표행위를 하는데 선관위 사무총장이 이를 ‘난동’이라고 말한 것이다.

권영세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성형주 기자권영세 국민의힘 총괄선대본부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선거대책본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성형주 기자


정치권은 선관위의 부실한 선거 관리에 책임을 묻겠다고 나섰다.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선대회의에서 “사실 관계를 명확히 파악해 국민 참정권을 제대로 보장하지 못한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대표도 “확진자 수가 20만명을 넘을 것은 한 달 전부터 예고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이번 확진자 사전투표 관련 선관위의 기획은 안일했고 시행과정은 조잡했으며 사후 해명은 고압적이기까지 했다”고 지적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위원장도 글을 올려 “최고의 역량을 자랑하던 대한민국 선관위 맞느냐”라며 “코로나 확진자와 격리자 사전투표 관리는 몹시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구경우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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