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짙은 연무에 헬기투입 난항…"주불 제압 실패…금강송 군락지 위험"

동시다발 산불'에 헬기 분산, 진화 어려움

여의도 53배 면적 잿더미, 2000년 이후 최대

경북 울진, 강원 삼척·동해 등 동해안 일대에 초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6일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군 북면 일대 산림이 화염과 연기에 휩싸여 있다. 이번 피해는 지난 22년간 발생한 산불 중 최대이자 역대 두번째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울진과 삼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울진=오승현 기자경북 울진, 강원 삼척·동해 등 동해안 일대에 초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6일 금강송 군락지인 울진군 북면 일대 산림이 화염과 연기에 휩싸여 있다. 이번 피해는 지난 22년간 발생한 산불 중 최대이자 역대 두번째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울진과 삼척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울진=오승현 기자




6일 LNG 생산기지와 인접한 강원 삼척시 원덕읍 일대 야산에서 소방대원들이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산불은 지난 4일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확산됐다. 삼척=오승현 기자6일 LNG 생산기지와 인접한 강원 삼척시 원덕읍 일대 야산에서 소방대원들이 산불을 진화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산불은 지난 4일 경북 울진군에서 시작돼 강풍을 타고 확산됐다. 삼척=오승현 기자


경북, 강원 일대 동시다발적인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방당국은 주불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6일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경북 울진에서 발생한 산불이 강원 삼척으로 북상했다가 다시 울진으로 남하하면서 산림 당국은 울진읍 시가지와 금강송 군락지 등 주요 거점 방어에 전력을 쏟아붓고 있다. 하지만 짙은 연무로 헬기 공중 진화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주불을 잡지 못했고, 금강송 군락지 턱밑까지 불길이 들이닥쳐 위험한 상황을 맞고 있다.

삼척은 불이 안정화 단계로 접어들었으나, 강원에는 강릉, 동해 등 다른 산불이 큰 피해를 내고 있다. 산불 영향 구역이 워낙 넓은 데다 헬기 등 진화 전력이 분산돼 산림 당국이 진화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일부 현장에선 "헬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아우성도 나왔다.

산림 당국은 오전에는 바람이 전날보다 많이 잦아들면서 강풍이나 짙은 연기에 따른 문제는 다소 해소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후 들어 다시 기상상황이 나빠져 진화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사이 피해는 계속 늘어 동해안 산불에 따른 산림 피해는 1만5420ha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됐다. 현재 상태에서만 2000년 이후 최대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울진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위로하고, 이날 오후 울진 지역과 강원도 삼척 지역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 금강송 군락지 턱밑까지…"굉장히 위험…상황 따라 불이 닥칠 수도"

당국은 산불 영향구역이 광범위한 울진에 헬기 등 진화 역량을 집중했다. 우선 울진 중심지인 울진읍 고성리 지역과 금강송면 소광리 방향에 공중진화를 위해 헬기를 집중적으로 배치했다. 울진읍 지역은 방어에 성공했으나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는 위험한 상황에 부닥쳤다.

짙은 연무에 공중 진화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으면서 금강송 군락지로 향하는 불 머리를 진압하지 못하고 있다.

금강송 군락지 500m까지 산불이 번진 상황이다. 소광리는 2247ha의 면적에 수령이 200년이 넘은 노송 8만 그루가 있다.

최병암 산림청장은 오후 브리핑에서 "불이 소광리 금강송 군락지에 굉장히 위험할 정도로 가까이 왔으므로 일부 불이 들어갈 수도 있는 상황"이라며 "긴장 상태에서 모니터링하면서 진행을 최대한 방어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전까지만 해도 울진읍 외곽 고성리 쪽 화선이 1.2∼1.5㎞로 진화가 시급했으나 오후에 진화가 성과를 내면서 인구 밀집 지역인 울진읍은 무사히 지켜냈다.

하지만 울진에서 주불을 제압하는 데는 실패했다. 당국은 울진에만 헬기 51대를 집중적으로 투입했고 군부대 1천117명을 포함해 5417명의 인력과 지상 진화 장비 296대를 배치했다. 당국은 오전에 바람이 잦아들고 서풍이 불면서 진화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오후 들어 바람이 북동풍으로 바뀌면서 짙은 연무가 금강송 군락지 쪽을 뒤덮어 공중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울진 산불의 불길은 60㎞로 방대하지만 현재 40% 진화에 그친다. 헬기가 울진에 집중적으로 배치돼 강원 산불 진화도 난항이다.

강릉 옥계·동해 50%, 영월이 50% 진화율을 보이는 가운데 역시 주불을 잡지 못하고 있다. 울진 진화 장비와 인력을 포함해 동해안 산불을 끄기 위해 헬기 89대, 지상 장비 834대, 진화 인력 1만6042명이 투입됐으나 역부족인 상황이다.

당국은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서 산불진화헬기가 철수함에 따라 진화차 267대와 산불진화인력 1874명을 동원해 야간 산불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 여의도 53배 산림 잿더미…피해면적 2000년 이후 최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동해안 산불로 이날 오후 6시까지 1만5420ha의 산림 피해(산불영향구역 면적)가 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는 여의도 면적(290㏊·윤중로 제방 안쪽 면적)이 53개가량 모인 규모다. 축구장 면적(0.714㏊)으로 따지면 2만1천597개에 달한다. 울진 1만2695ha, 삼척 656ha, 강릉 1825ha, 동해 169ha, 영월 75ha 등의 산림 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산불은 관련 통계가 있는 1986년 이후 피해면적 기준으로 두 번째 규모인 것으로 조사됐다. 산림청에 따르면 역대 가장 피해가 컸던 산불은 2000년 동해안의 강원도 삼척 등 5개 지역에 거쳐 발생한 산불로, 피해 면적이 2만3794ha에 달했다.



시설물은 울진 388개, 강릉 12개, 동해 63개 등 463개가 소실됐다. 임시 주거시설이 마련된 공공시설, 마을회관, 경로당 등 19곳에는 408세대 455명이 머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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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은 산불 첫날 위험한 상황에 직면했던 울진 한울원전과 삼척 LNG 생산기지는 현재 안전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불길이 남하하면서 울진 불영사에 있는 보물 2점과 경북유형문화재 1점을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로 급히 이송하기로 했다.

또 보물로 지정된 건축물인 '불영사 응진전'과 '불영사 대웅보전'에 물뿌리기 조치를 했다. 경북유형문화재 '불영사 삼층석탑'과 경북문화재자료 '불영사 부도'는 내열 처리된 방염포로 덮을 예정이다.

◇ 강원 고속도로·철도 통행 재개…열차도 정상 운행

한국도로공사는 이날 오전 10시 30분을 기해 동해고속도로 옥계 나들목∼동해 나들목 14.9㎞ 구간 통제를 해제했다. 42번 국도 동해 신흥동∼정선 백복령 구간도 오전 9시께 통행이 재개됐다.

강릉에서 동해를 잇는 7번 국도와 해안도로는 전날 통행과 재개를 반복하다가 이날은 통제 없이 통행이 이뤄지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도 동해∼강릉 구간 선로 시설물 안전 점검을 마치고 오후 1시를 기해 동해발 누리로 열차부터 모든 열차의 운행을 재개했다. 다만 강릉역으로 운행구간을 변경한 동해역 KTX 열차는 이미 많은 승객이 강릉역으로 예매를 한 상황을 고려해 혼선을 막고자 이날 막차까지 출발·도착역을 강릉역으로 유지한다.

전날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큰불이 들이닥쳤던 동해 시가지는 파란 하늘을 되찾고, 연기만 조금씩 피어오를 뿐 불길은 관측되지 않아 안정을 되찾았다.

◇ 문 대통령, 울진·삼척 특별재난지역 선포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대형 산불로 피해를 본 경북 울진 지역과 강원도 삼척 지역 일대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울진군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 대피 주민들을 만난 뒤 오후 2시 50분께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재가했다고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이 서면 브리핑에서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만난 주민들에게 "삶의 터전을 하루아침에 잃어버리셨으니 상실감이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라며 "정부는 신속하게 복구가 이뤄져 주민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도울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해 국가가 직접 복구에 나서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날 아침 현장 상황 회의에서 이재민을 위한 임시주택 100채 준비, 피해 주민 지원 방안 마련, 향후 산불 전문 특수진화대 50명 선발과 자체 초대형 헬기 2대 구매 검토를 지시했다.

◇ 울진 삼척 산불 원인 본격 조사…"도로 옆 배수로 담뱃불 가능성"

이번 울진·삼척 대형 산불은 보행로가 없는 왕복 2차로 도로 옆 배수로에서 처음 발화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산과 바로 붙어 있다. 이날 현장을 찾은 산림청 관계자는 "현장을 먼저 조사한 산림과학원에서 아직 발화 원인에 대해서는 미상이라고 했다"고 전하면서 "담뱃불도 가능성 있는 여러 발화 요인 중 하나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산림과학원은 산불 발생일에 현장을 찾아 1차 조사를 끝냈다. 1차 조사에 참여한 산림과학원 권춘근 박사는"현장 조사를 통해 최초 발화지를 추정했으나 특정 원인은 추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화·방화인지 담뱃불 요인인지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합동 조사할 방침이다"고 덧붙였다.

산림 당국은 경찰·소방당국과 발화 원인에 대한 합동 조사·감식을 할 계획이다. 이번 산불은 지난 4일 오전 11시 17분께 울진군 북면 두천리 산 154 일원에서 발화해 강한 바람을 타고 강원 삼척까지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가 바람의 방향이 바뀌면서 다시 남하해 울진읍 외곽까지 확산했다.

이와 별개로 강릉 옥계와 동해 일대를 이틀째 불바다로 만들고 있는 옥계 산불은 60대 방화범이 토치로 낸 불이 발단이다.

◇ 봉사활동, 구호 물품 줄이어

대형 산불이 사흘째 이어지면서 큰 피해가 나고 이재민이 속출하면서 전국에서 봉사자들과 도움의 손길이 줄을 잇고 있다.

대한적십자사봉사회 경북협의회 봉사자들은 산불현장과 현장지휘본부의 공무원과 산불진화대원, 군인 등 수천명에게 음식과 물을 제공하고 있다. 적십자봉사회는 이재민이 모인 울진읍 울진국민체육센터에서도 급식차 2대로 밥을 지어 이재민에게 공급하고 있다.

울진군 간부 공무원 부인 모임, 울진 죽변면 여성자원봉사회와 새마을단체, 군 공무원 등도 음료수와 도시락을 나눠주느라 분주하게 움직였다. 기업과 단체 등 전국에서 진화 인력과 이재민, 대피 주민을 위한 구호 물품이 이어진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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