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의미의 알파벳 ‘Z’가 러시아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해당 표식은 러시아 민족주의의 새로운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8일 CNN방송 등에 따르면 Z문양 상의를 입은 채 국기를 든 러시아 청년들의 정치선전 동영상이 최근 러시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퍼지고 있다. 이들은 동영상에서 "러시아를 위해! 대통령을 위해! 러시아를 위해! 푸틴을 위해!"라고 소리치고 있다. 이후 비슷한 옷을 입거나 Z문양의 액세서리를 한 젊은이들이 나오는 영상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Z표식은 지난달 19일 우크라이나 국경 근처에 배치된 러시아 탱크, 군용 차량 등에서 처음 발견됐다. 군사 전문가들은 서쪽(러시아어 Запад·영어 Zapad), 볼로디미르 젤(Z)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을 뜻하는 표식이라고 추측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승리할 것(러시아어 Запобеду·영어 Za pobedu)'이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그러나 Z는 러시아 군대를 식별하는 수단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러시아 국영 채널1은 "(Z 표식이) 러시아 군대 장비에 쓰는 일반적인 표시"라고 전했다.
그러나 ‘Z’ 표식은 점차 러시아 내에서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지하는 의미로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이에 군사 전문가들은 “소름끼치는 민족주의 운동의 전개”라고 평했다. 심지어 러시아 남부 카잔에 있는 한 소아 호스피스 병원 앞에서는 투병중인 어린아이들과 부모가 Z 모양에 맞춰서 서 있는 모습을 SNS에 올리기도 했다.
지난 6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기계체조 월드컵 시상식에서 러시아 남자 체조 선수 이반 쿨리아크는 유니폼에 금지된 러시아 국기 대신 Z 마크를 붙이고 나왔다. 이에 국제체조연맹(FIG)은 "쿨리아크가 충격적인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키릴 문자가 아닌 영어 알파벳 Z는 러시아인에겐 익숙하지 않다. 그럼에도 Z 문자가 널리 퍼지는 건 정치권이 나서서 이를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드미트리 로고진 전 부총리는 자신의 텔레그램 채널 이름을 'RogoZin'으로 변경했다. 러시아의 케메로보주 책임자는 한 도시 이름을 'KuZbass'로 바꿨다.
일각에서는 Z 표식이 독일 나치 마크를 연상하게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7일 SNS에 Z로 구성된 만자 모양의 로고 사진을 게시하면서 "나치 표시가 있는 점령자"라고 칭했다.
한편 Z 문자 사용의 확산은 러시아 밖에서도 이뤄지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4일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에서 수천 명의 세르비아인들이 러시아 국기와 Z 문자를 들고 러시아 대사관까지 행진하며 러시아 지지를 표명했다. 러시아 민족주의 활동가인 안톤 데미도프는 "Z를 사용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러시아 군대가 어려운 임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