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이런 대선은 처음”…비호감·배우자 논란·사전투표 관리 실패까지 '역대급 오명'

[20대 대선이 남긴 것]

대장동 '몸통' 놓고 끝없이 공방

중도층 잡으려 차별화 정책 실종

배우자들은 의혹에 선거운동 안해

선관위의 부실행정 민낯도 드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저녁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지지자와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지난 8일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역대급 비호감 대선’. 이번 제20대 대통령 선거 내내 대명사처럼 따라붙은 말이었다. 그야말로 지금까지 이런 대선은 없었다. 후보들의 비호감 지수는 역대 최고로 치솟았고 그에 반해 정책 경쟁은 자취를 감췄다. 유력 후보 배우자들이 구설에 오르면서 공식 선거운동 기간 내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그 와중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사전투표 관리에 실패하면서 오명을 남겼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호감

이번 대선에 ‘비호감 대선’이라는 오명이 붙은 데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후보들의 의혹들이 한몫했다. 거대 양당 후보들의 도덕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 때문에 네거티브 공방전 또한 계속됐다.

그 중심에는 ‘대장동’이 있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으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부산저축은행 봐주기 수사 의혹으로 집중 공격을 받았다. 대장동 의혹과 관련된 녹취록 폭로와 이를 둘러싼 아전인수 식 공방은 대선 하루 전날인 지난 8일까지도 계속됐다. 자고 일어나면 대장동의 ‘몸통’이 바뀐다는 웃지 못할 농담이 나올 정도였다.



두 후보의 개인사 또한 집중 공격의 대상이었다. 이 후보는 ‘가족’ 논란에서, 윤 후보는 ‘무속’ 논란에서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잇단 논란과 의혹 속에 유권자들의 피로감은 높아진 반면 위기감을 느낀 지지층들이 결집하면서 사전투표율은 오히려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는 장면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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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공약에 실종된 정책

두 후보는 치열한 네거티브 경쟁이 무색할 정도로 비슷한 공약을 내놓았다. 특히 이번 대선을 관통하는 핵심 이슈인 부동산 문제를 두고서는 차별점이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두 후보 모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공급 위주의 부동산 공약을 내세웠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공급을 확대하고 세금 부담은 낮추며,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앞다퉈 공약했다.

국가의 살림살이를 책임질 재정 정책 또한 비슷했다. 선거가 막바지로 갈수록 두 후보 모두 현금 지원을 통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강조했다. 늘어나는 재정 부담에 대한 대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생활 밀착형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이 후보는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공약을, 윤 후보는 ‘심쿵(심장이 쿵 할 정도로 설렘)’ 공약을 내놓았지만 수박 겉핥기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대통령 공약인지, 구의원 공약인지 모르겠다”며 씁쓸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잇단 의혹에 사라진 배우자

여야 유력 후보의 배우자가 선거운동에 나서지 않은 것도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과거 대선에서는 배우자가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했지만 이번에는 두 후보의 배우자 모두 각종 의혹에 휩싸이면서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이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씨는 이 후보의 경기도지사 시절 과잉 의전 논란과 법인카드 유용 의혹으로, 윤 후보의 배우자 김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허위 이력 논란 등으로 대중 앞에서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투표도 따로 했다. 선거운동 기간 내내 정상적으로 후보 곁을 지킨 배우자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의 남편 이승배 씨가 유일했다.

◇사상 최악의 사전투표 관리 실패

이번 대선의 사전투표는 성숙된 시민 의식과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선관위의 운영 실태를 여실히 보여줬다. 사전투표 역사상 최고 투표율(36.93%)을 기록했지만 코로나19 확진·격리자를 대상으로 사전투표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들을 위한 임시 기표소에 별도의 투표함을 마련하지 않으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특히 임시 보관함으로 종이박스부터 쓰레기봉투까지 무작위로 사용되면서 불신은 더욱 커졌다. 무엇보다 유권자가 직접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지 못하면서 직접투표 원칙이 흔들렸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에 여야 모두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이 훼손됐다며 선관위를 질타했다. 혹시 모를 부정선거 의혹 및 불복 논란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아시아 최고의 민주국가 대한민국에서 있어서는 안 될 광경이었다.


정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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