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로터리] 생각의 길 찾기, 사전 찾기

장소원 국립국어원장






나는 자동차에 타면 예외 없이 길 안내 애플리케이션을 켠다. 매일 출퇴근하는 길은 물론이고 택시를 타거나 다른 사람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타고도 켠다. 길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운전대가 내 앞에 있지 않은데도 굳이 이 앱을 켜는 이유는 길 안내 앱이 단순하게 내가 가야 할 방향만을 알려주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길 안내 앱은 다양한 색으로 길 막힘의 정도를 알려준다. 또 지금 가고 있는 길보다 더 빠른 길이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고, 아차 하고 지나쳤다가는 거금을 물어야 하는 속도 감지 카메라의 존재도 알려준다. 심지어는 지금 내가 지나치거나 가로지르는 다른 길들이 어디로 가 닿는지도 보여줘 내게 더 넓은 세상을 꿈꾸게 한다. 이쯤 되면 나는 거의 길 안내 앱의 신봉자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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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내가 이보다 더 신봉하는 것이 있다. 바로 국어사전이다. 국어사전도 길 안내 앱 못지않게 많은 일을 한다. 내가 몰랐던 낱말의 뜻을 알게 되는 것을 넘어서서 기본적인 뜻은 알지만 시대 변화로 인해 뜻이 바뀌거나 추가된 것, 용법이 바뀐 것을 알 수 있다. 또 그 낱말과 어울려 쓰이는 조사나 어미를 확인해서 바른 문장을 구성하기 위해서도 사전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그렇게도 어렵다는 우리말의 띄어쓰기를 틀리지 않기 위해서도 사전은 필수적이다.

예전 대부분의 자동차 안에는 두꺼운 종이 지도책이 한 권씩 실려 있었고 운전자들은 이 지도책에 의존해 바른길을 찾아가고는 했다. 사전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사전들은 질 좋은, 얇디얇은 종이에 인쇄해도 꽤 두꺼운 종이사전이었다. 기역니은 순서대로 낱말들이 늘어선 사전을 뒤져 바른 뜻과 용법을 확인하고는 했다. 오늘날은 종이 지도책을 사는 사람이 없듯이 종이사전을 사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인터넷에서 여러 언어의 사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전이 무료로 제공되니 종이사전은 팔리지 않고 사전 출판은 상업성을 잃었다. 이제는 개인이나 출판사, 대학이 사전 편찬에 매달릴 수 없게 됐다. 그래서 국어사전은 국립국어원이 담당한다. 지난 1999년에 종이사전으로 48만 개의 어휘를 담은 ‘표준국어대사전’이 출판됐고 2008년에 웹 사전으로 바뀌었는데 그 후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부분적인 수정만 이뤄지고 있다. 예산과 인력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길 안내 앱도 수시로 업데이트를 해야 정확하고 빠른 길을 찾아갈 수 있는 것처럼 국어사전도 주기적으로 대대적인 개편을 해야 변화된 언어 현실을 반영할 수 있고 이는 국민의 바른 국어 생활로 이어진다. 우리나라의 국어사전을 책임진 국립국어원이 5년을 잡고 ‘표준국어대사전’의 전면 개편을 계획하고 있다. 좋은 국어사전을 가진 나라가 선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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