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마켓

유가 -12%였지만 美 2월 CPI 7.8% 전망…3·4월에 더 오른다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9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이라크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증산 검토 소식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12% 넘게 폭락하면서 크게 올랐습니다. 최근 증시는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데요. 나스닥이 3.59% 올랐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2.57%, 2.00% 상승했습니다. 마이크 산토리 CNBC 선임 시장 분석가는 “하락장에 사려는 사람들(Dip buyers)이 유가가 꺾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는데요.

하지만 유가의 변동성이 워낙 크고 증산이 별다른 문제없이 제때 이뤄지느냐가 중요한 만큼 계속해서 신중한 접근히 필요하겠습니다. 이날 조 바이든 행정부의 암호화폐에 관한 행정명령에 비트코인이 9% 넘게 오르기도 했는데요. 10일 나올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에 관한 얘기들도 많은 만큼 관련 내용을 모아서 전해드리겠습니다.

美 공화 “러시아산, 이란·베네수엘라·독재자들 나라 것으로 대체 안 돼”…증산 및 대체 여러 이해관계 얽혀 최소 몇 달 필요


이날 유수프 알 오타이바 주미 UAE 대사는 “우리는 증산을 선호하며 OPEC에 생산을 더 늘리도록 독려할 것”이라는 트윗을 올렸는데요. 밥 요너 미즈호의 에너지 선물 디렉터는 “아무 것도 아닌 수준은 아니”라며 “UAE는 약 80만 배럴을 매우 빠르게 시장에 내놓을 수 있으며 이는 러시아 공급물량의 7분의1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로이터통신은 “이라크가 OPEC+의 요청이 있으면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는데요. 이 같은 움직임에 이날 유가가 급락한 것이죠. 여기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독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합의에 준비가 돼 있다”고 재차 밝힌 점도 도움이 됐습니다.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사우디에 전화를 걸어 증산을 요청했다는 내용이 알려지기만 해도 유가가 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3분 월스트리트’에서 수차례 말씀드렸지만 증산과 그에 따른 수입처 전환이 말처럼 쉬운 것만은 아닙니다. 캐빈 매카시 미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는 미 경제 방송 CNBC에 “캘리포니아주의 기름과 가스 생산을 막는 행정명령을 철회하라고 개빈 뉴섬 주지사에게 서한을 보냈다”며 “(캘리포니아에서의 기름은) 5만 배럴의 러시아산 원유수입을 대체할 수 있게 해준다. 나는 우리가 이것을 이란이나 베네수엘라, 또는 다른 독재자 나라의 것으로 대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캘리포니아에서의 일자리를 만들자. 그리고 미국의 에너지 독립을 하고 전 세계를 안전하게 하자”고 덧붙였는데요.

캐빈 매카시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가 CNBC에 출연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대체문제에 대해 말하고 있다. CNBC방송화면 캡처


매카시 대표의 말에 여러 포인트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 내에서 러시아 문제로 이란과 베네수엘라 혹은 미국에 적대적이거나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의 원유 수출을 늘려주는데 대한 반감이 있다는 건데요. 명분만 놓고 보면 틀린 말은 아닙니다. 충분히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부분이죠. 미국뿐만 아니라 서방 국가들에서도 말이 나올 수 있는 부분입니다.

물론 매카시의 속내는 미국 내 일자리 창출과 그에 따른 표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화당의 경우 지역적으로 텍사스를 비롯해 석유 산업이 번창한 곳에 기반이 있죠. 어쨌든 러시아산 원유수입 중단과 대체처를 찾는 과정이 쉽지 만은 않고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그만큼 잡음이 많을 수 있고 시간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죠.

증산 의사를 밝힌 UAE도 미국에 얻기를 원하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단순히 기름 더 팔아서 좋다기보다 증산을 레버리지 삼아서 미국에서 얻어내려는 게 있겠죠.

이 같은 증산 움직임은 고무적이고 반길 만하지만 너무 낙관적으로만 보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계속 말씀드리지만 전환과정에서 고유가는 지속할 확률이 높고 성공적인 증산 및 전환 완료도 최소 몇 달은 걸리는 일들인데요. 리스타드 에너지의 비요나르 톤하우겐 원유 시장 담당 팀장도 “(러시아의 수출 물량인) 하루 430만 배럴의 원유 공백은 다른 것으로 빠르게 대체되지 못한다”고 했지요.

신채권왕 “인플레 10%”·구채권왕 “4~5% 수년 지속가능성”…美 물가 3~4월에도 오름세 이어질 수도


유가전망을 조금 더 말씀 드리면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올해 브렌트유 가격을 배럴당 95달러에서 최악의 경우 러시아의 수출 길이 완전 막혔을 때 130달러로 봤는데요. 마크 피셔 MBF 트레이딩의 설립자 겸 최고경영자는 “원유는 우크라이나 전쟁 없이도 배럴당 120달러에 갈 수 있었던 상황”이라고 짚었습니다. 이날의 하락에도 한동안 높은 가격이 유지될 수 있다는 건데요.

이렇다 보니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10%를 기록할 수 있다”며 연준의 목표치(평균 2%)를 두고 “웃긴다”고 밝혔는데요.



그는 “치솟는 물가압력이 더 걷잡을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더 높은 임금 인플레이션에 대한 증거도 어디에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금을 포함해 광범위한 원자재 상품을 선호한다고도 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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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발유값은 국제유가에 영향을 받지만 시간차가 있다. 연합뉴스


구채권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원조 빌 그로스는 블룸버그TV에 나와 건들락의 10% 인플레 얘기에 대해 “우리는 그것의 약간을 내일 볼 수 있을 것이다. 인플레는 원자재와 원유가격에 달려 있고 현재 임금이 상승하고 있다”며 “나는 4~5%의 물가상승이 수년 간 갈 수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습니다.

그의 말처럼 10일 나올 2월 CPI 전망치는 전년 대비 7.8% 상승이라는 게 월가의 시각인데요. 전월 대비로는 0.7%로 1월에 7.5%, 0.6% 오른 것도 상승폭이 더 커지는 겁니다.

중요한 것은 휘발유값인데요. 국제유가가 오르면 휘발유도 따라 오르게 되는데, 한국에서도 그렇지만 국제유가 변동폭만큼 그대로 반영되는 게 아닙니다. 미국서도 오름폭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요.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나설 정도니까요. 중요한 건 시간차가 있다는 겁니다. 현재 미국 전역의 휘발유 가격 평균은 갤런당 4.25달러로 1주일 새 60센트 올랐는데요. 지난 달에도 80센트나 뛰었습니다.

스티븐 스탠리 암허스트 피어폰트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월 말 휘발유값이 오른 게 2월 CPI 전망치를 높이게 했지만 더 큰 고통은 3~4월에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는데요. 그는 2월 CPI를 7.9%로 점치고 있는데 3월에는 이보다 1%포인트 더 높은 8.9%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유가 200달러 땐 4월 CPI 9.7% 가능성”…“연준 압박 커진다”


시장에서는 임금과 임대료, 서비스가격도 당분간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데요. CNBC는 “당초 CPI가 3월에 정점을 찍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지만 현재 전문가들은 유가가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봄 말쯤에 정점을 찍을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유가가 12% 폭락하긴 했지만 중요한 것은 상대적인 고유가가 얼마나 더 지속하느냐입니다. 지속 기간에 대해서는 앞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최소 몇 달은 갈 것이라는 게 월가의 기본 생각이구요. 다만 연말, 내년을 보면 유가가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들이 많습니다.

문제는 그 사이의 기간 동안 어떻게 버티느냐인데 유가가 더 오르면 4월 CPI가 10%에 육박할 수 있다는 말도 나오는데요. 건들락의 예상과도 같지요. 케빈 커민스 냇웨스트 마켓의 수석 미국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서비스가 물가상승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예상은 했지만 당분간은 에너지가 주 원동력이 될 것”이라며 “유가가 급격히 오를 경우, 예를 들어 200달러를 돌파하면 4월까지 CPI가 9.7%가 될 수 있으며 125달러만 되도 8%가 될 수 있다”고 했습니다.

CPI 피크 시점이 당초 3월에서 더 뒤로 밀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파월 의장 입장에서는 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AP연합뉴스


결과적으로 연준은 유가, 그리고 휘발유가격의 움직임에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최소 수개월 이상 고물가를 말 그대로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는데요. 백악관이 물가상승 원인 가운데 일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때문이라는 식으로 하긴 했지만 7%, 8%라는 숫자 자체에서 나오는 부담감이 클 것입니다. 이날 나온 1월 채용공고가 1126만 건으로 시장에 500만 개가량의 남는 일자리가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경기침체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는 얘기가 많지만 높은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정부 입장에서는 비수와 같습니다.

증시도 변동성이 더 커질 수밖에 없는데요. 채권왕 빌 그로스는 “나는 연준이 너무 오랫동안 낮은 금리를 유지하면서 끔찍하게 잘못해왔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바이 더 딥을 하기보다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하락장에서 투자한 분들이 좋은 결과를 얻었지만 좀 더 길게, 그리고 크게 보면 조심할 시기라는 게 그의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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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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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부 뉴욕=김영필 기자 susopa@sedaily.com
앤디 워홀의 말처럼 '인생은 스스로 되풀이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의 연속'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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