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예산 없는데 특례 밀어붙인 여가부…"돌봄 중단" 통보에 육아 가정 '화들짝'

예산 모자라 경기도 지원요청 거절

파주·용인 등서 서비스 중단 위기

여가부, 민원 폭주에 예산 증액키로

지자체 "수요 고려않고 특례 늘리기만"

올해도 벌써부터 예산 조기 소진 우려

연합뉴스연합뉴스




최근 정부 아이돌봄서비스 중단 공지가 내려지면서 일부 지역에서 혼란이 빚어졌다. 지방자치단체가 예산이 부족하다며 주무 부처인 여성가족부에 지원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했기 때문이다. 이용 가구 감소에 여가부가 무리하게 특례 지원을 늘렸다가 지자체와 예산 갈등을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여가부와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건강가정·다문화가정지원센터(아이돌봄서비스 위탁 운영 기관)는 지난해 11월 25일 아이돌봄서비스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중단한다는 공지를 보냈다.

센터는 공지문에서 “지원 사업의 사업비 부족으로 12월 1일부터 여가부에서 예산 추경 관련 공지를 줄 때까지 아이돌봄서비스가 중단된다”고 밝혔다. 센터 관계자는 “두 달 전부터 여가부·파주시에 지속적으로 예산 부족 문제를 문의했다”며 “파주시만이 아니라 다른 시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 용인시도 예산 부족으로 서비스가 중단될 처지였다.

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19일 서울동작구가족센터를 방문해 아이돌봄 종사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여가부정영애 여성가족부 장관이 지난해 11월 19일 서울동작구가족센터를 방문해 아이돌봄 종사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여가부



센터와 여가부에는 이용자와 돌보미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육아 공백을 메우려 매월 정기 서비스에 의지하고 있었는데 12월을 불과 닷새 앞두고 중지 결정이 내려졌기 때문이다. 이용자들은 센터와 여가부에 “맞벌이와 생계형 돌보미들은 무시한 조치” “당장 다음 주 출근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며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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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원이 쏟아지자 여가부는 공지 하루 만에 다시 예산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여가부가 각 시도에 아이돌봄서비스 예산을 배정해주면 시도에서 시군구에 예산을 재배정해주고 있다”며 “경기도에서 예산 부족이 발생해 12월 예산을 약 13억 원 증액해줬다”고 말했다.

예산 부족 사태가 벌어진 가장 큰 이유는 여가부가 예산이 이미 편성된 뒤에 지원 대상, 지원금을 확대한 데 있다. 여가부는 소득에 따라 비용 0∼85%를 지원해왔는데 지난해 3월부터 의료·방역 인력에게 비용 60∼90%를 보조해주고 24시간 서비스까지 일시 지원하는 특례 조항을 신설했다.

일반 가정의 경우 소득이 중위 소득 150% 초과이면 정부 보조금이 나오지 않는데 의료·방역 인력에는 소득에 상관없이 최소 60%의 지원금이 지급됐다. 특례를 받으면 일반 이용 가구와 달리 정부 지원 한도 시간(840시간)에서 차감되지도 않는다. 이 같은 혜택으로 의료·방역 인력의 신청이 늘었고 특례에 해당하지 않는 가구에 돌아갈 보조금이 부족해졌다. 지난해 9월에는 저소득층과 청소년부모에 대한 지원 비율도 일시적으로 5%포인트 높였다.

아이돌봄서비스 이용가구 추이. 자료제공=여가부아이돌봄서비스 이용가구 추이. 자료제공=여가부


수요예측도 크게 빗나갔다. 여가부는 지난해 2월 의료·방역 인력에 대한 일시 특례 지원을 발표하면서 돌봄서비스 필요 인원을 3000여 가구로 예상했지만 실제 이용은 1929가구에 불과했다. 오히려 긴급 돌봄 수요가 늘면서 일시 연계(야간·주말에 긴급히 필요한 경우 이용자가 기관을 거치지 않고 돌보미에게 직접 서비스를 요청)가 8533가구로 급증했다. 지난 2017년과 2018년 말에도 예산이 부족해 서비스가 중단됐다. 여가부는 수요 조사를 철저히 해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지만 여전히 같은 문제가 되풀이되고 있다.

지자체는 올해도 특례가 이어지며 예산 고갈 조짐이 보인다고 우려했다. 아이돌봄지원사업은 시도 국비 보조 비율이 70%(서울만 30%)에 달할 만큼 국비 의존도가 높다. 지자체 아이돌봄서비스 담당자는 “일반 가정과 방역 인력에 특례 지원을 하면서 예산이 모자라게 됐다. 올해도 특례가 계속돼 하반기에는 예산 부족 사태가 닥칠 것”이라며 “여가부에서 미리 예산을 확보하지 않으니 해마다 문제가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여가부 관계자는 "지난해 일곱차례에 걸쳐 지자체 예산배정액을 조정했으며 예산 부족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작년 7월부터 재정당국과 예비비 확보를 위해 협의해왔다"고 설명했다.


김창영 기자·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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