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새 대통령에게 바란다] 다시 원자력 강국으로

정용훈 KAIST 교수

원전없이 태양광·풍력만으로는

경제발전·탈탄소 추진은 불가능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하고

백지화된 신규 원전도 되살려야





지난 5년간 정부는 원자력을 배제하고 태양광 중심의 무리한 에너지 수급 계획을 밀어붙였다. 급기야 오는 2050년 유럽연합(EU) 전체가 설치할 태양광 설비와 동등한 규모의 설비를 우리 땅에 설치하겠다는 무모하고 실현 불가능한 탄소 중립 계획을 수립하는 데 이르렀다. 하루라도 비가 오면 대책이 없는 실로 무모한 계획을 국가 계획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또한 정부는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 조작까지 하면서 조기 폐쇄시켰고 법으로 보장한 원자력발전소의 계속 운전도 금지했으며 공사 중이던 신한울 3·4호기를 포함한 신규 원전을 백지화하는 재생에너지 근본주의적 탈원전을 지난 5년간 밀어붙였다.



결과는 참담하다. 태양광 사업은 접거나 해외로 떠났고 국내에 보급된 태양광 패널은 중국 업체의 매출을 주로 불려주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의 실익이 없는 껍데기 태양광 보급 사업이었다. 원자력산업의 기반인 중소 기술 기업이 원자력을 떠나고 있고 인력이 이탈하고 있으며 대외적으로 대한민국 원자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가고 있다. 원자력을 줄이고 재생에너지와 가스 발전을 늘리면서 한전의 적자는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해 6조 원 가까운 적자를 봤고 올해는 10조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올해 한전의 적자 규모는 10조 원을 훨씬 더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매출 60조 원인 회사의 적자가 10조 원 이상이라면 심각한 적자 규모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은 원전으로 회귀하고 있다. 몇 안 되는 탈원전 국가인 독일과 벨기에조차 원전의 연장 운전을 검토하고 있고 스위스도 신규 원전 여론이 다수가 됐다. 일찌감치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원자력 중흥을 표방한 프랑스·영국 등도 모두 신규 건설 및 기존 원전 활용을 통해 원자력을 주력으로 에너지 경제 위기를 돌파하고 에너지 안보를 튼튼히 하며 기후 위기에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러시아 가스에 40%를 의존하고 있는 유럽이 에너지 안보 위협이 닥치자 원자력을 더욱 중시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태양광·풍력이라는 반소매 옷만으로 살 수 있을 것처럼 보였지만 추워지니 다시 원자력 코트를 꺼내 입고 있다.

관련기사



우리는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 유럽보다 더욱 취약하다. 전력을 가져올 이웃 국가도 없고, 이웃 국가 중에 우리가 우리 에너지 안보를 의존할 국가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몇 년간 우라늄 수급이 막혀도 문제가 없고 가장 경제적인 원자력 없이 비싸고 간헐성을 가진 태양광·풍력에 의존해서 경제 발전과 탈탄소를 추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태양광·풍력도 대규모 송전망이 있어야 해서 확충에 한계가 있다. 이 송전선로는 하루 4시간 정도만 이용하는 것이라 24시간 이용하는 원전 송전선로보다 몇 배 더 많이 깔아야 같은 양을 수송할 수 있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또한 비가 오는 날에 대비해서 하루치 전력을 저장하는 것은 2050년 기준 1000조 단위의 돈이 필요해 불가능한 방법이다. 게다가 밤이나 비 오는 날 가스로 대비한다면 평균적으로 하루 중 태양광이 4시간 공급하고 가스가 20시간 공급하는 꼴이 돼 주객이 전도되는 일이 생긴다. 가스도 결국 화석연료고 수급도 불안하며 매우 비싸다. 현재 원자력 연료 비용은 ㎾h당 6원 정도에 불과한데 가스는 200원에 이른다.

따라서 태양광과 가스 조합은 답이 아니다. 원자력과 재생에너지 조합이 답이다. 새 정부는 탈원전을 폐기하고 원자력을 포함한 에너지 정책을 다시 만들기를 바란다.

중요한 자산인 가동 중 원전의 계속 운전에 바로 착수해야 한다. 같은 원전을 미국은 기본 60년을 사용하고 탈원전 국가인 스위스조차 고리1호기보다 10년이나 오래된 원전을 운영하고 있다. 우리만 쓰다 말고 버릴 이유가 없다. 만약 조기 폐쇄한 월성 1호기가 있었다면 현재 가스 가격 기준으로 연간 1조 원씩 벌어다주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 1년에 1기 이상 운영 허가가 만료될 것이므로 시급히 계속 운전에 착수해야한다. 지금 있는 원전의 계속 운전을 20년 정도만 하더라도 향후 수백조 원의 가스를 대체할 수 있다. 경제성, 에너지 안보, 탄소 중립 모두 챙기는 방안이다. 또한 현재 건설 중에 중지된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즉시 재개하고 백지화된 신규 원전도 되살려야 한다. 이를 통해 국내 산업 기반도 되살릴 수 있고 최신 설계 국내 실증으로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된다. 그리고 5년간 재검토를 명분으로 사실상 정지돼 있었던 사용 후 핵연료 관리 방안 마련도 차근차근 추진해야 한다. 새 정부가 원자력 강국을 만들어주기 바란다. 태양광·풍력 반소매 옷도 필요하지만 원자력 코트도 반드시 있어야 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