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른바 ‘스폰서 검사’로 불리던 김형준 전 부장검사를 재판에 넘겼다. 이는 공수처 출범 이후 14개월 만에 처음이다. 특히 김 전 부장검사를 기소한 데 따라 73년간 이어져 온 검찰의 기소독점권이 깨졌다.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를 1000만 원대 뇌물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또 뇌물 공여자인 옛 검찰 동료 박 모 변호사도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김 전 부장검사가 박 변호사로부터 2016년 3~4월 93만 5000원 상당의 향응을 접대받고, 같은 해 7월 1000만 원 상당을 받은 부분에서 직무 관련성·대가성이 인정된다는 게 공수처의 판단이다. 공수처는 박 변호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이 2015년 10월 김 전 부장검사가 단장으로 있던 서울남부지검 증권범죄합동수사단에 배당돼 2017년 4월 혐의 없음으로 종결되는 과정에서 둘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다고 봤다. 두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김 전 부장검사가 검찰 인사로 자리를 옮긴 데 따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 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공수처는 과거 담당했던 업무도 ‘직무’로 볼 수 있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기소했다. 다만 뇌물 액수는 김 전 부장검사의 고교 동창이자 스폰서였던 김 모 씨가 최초 고발한 액수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지난해 12월 초 공수처가 김 씨에게 보낸 출석 요구서만 보면 공수처는 김 전 부장검사를 2016년 3~9월 5700만여 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혐의로 수사 중이었다. 하지만 공수처는 수사 결과 4500만 원 상당의 금품수수는 뇌물로 보기 힘들다고 결론 내렸다. 해당 사건은 검찰이 2016년 10월 김 씨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김 전 부장검사를 기소하면서 사실상 무혐의 처리한 일부분이다.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될 경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로 처벌에서 누락됐다고 볼 만한 사실이 있었다는 점을 공수처가 입증하는 셈이 된다. 그만큼 재판 과정이 공수처의 공수 유지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공수처 대수술을 예고하며 효과가 없을 때는 폐지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재판 결과에 따라 공수처가 존폐의 갈림길에 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