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文 '미→중→일' 尹 '미→일' 順 통화…동북아 외교 무게추 이동하나

[윤석열 시대]

■ 외교안보전략 대전환 예고

尹, 미일중 순서로 유대감 표해

기시다와 통화도 유화적 분위기

미일과 3각공조 강화 '신냉전' 대응

中 반발·日 역사갈등 해소는 과제

지난 10일 국회에서 당선 인사하는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과 지난 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윤 당선인과 기시다 총리는 11일 전화 통화를 하고 한일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연합뉴스지난 10일 국회에서 당선 인사하는 윤석열(왼쪽) 대통령 당선인과 지난 4일 일본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하는 기시다 일본 총리. 윤 당선인과 기시다 총리는 11일 전화 통화를 하고 한일관계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고 있다. 성형주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에 이어 일본 정상과 발 빠르게 통화하면서 동북아 외교 지형의 재편이 예상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과거 당선인 시절 미중일 정상 순으로 축하 인사를 받은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은 미일의 순서로 유대감을 밝혀 핵심 외교의 무게추가 이동했다는 분석에서다.



문재인 정부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략적 모호성’을 드러낸 것과 달리 윤 당선인은 ‘한미일 3각 공조’를 통해 신냉전 체제에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신냉전 시대 도래… ‘한미일 3각 공조’에 무게=윤 당선인은 당선 확정 5시간여 만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한 데 이어 11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로부터 축하 인사를 받았다. 또 이날 오후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만나 한미 동맹 강화 의지도 다졌다. 윤 당선인은 델 코소 대사대리에게 “미국은 한국의 유일한 동맹국”이라 언급했고, 델 코소 대사대리는 “한미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도 굳건하다”고 강조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전화 통화는 후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지난달 대통령 선거 TV토론회에서 “미국·중국·일본·북한 정상 가운데 어느 순서로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일본·중국·북한 순으로 정상외교를 하겠다”고 밝혔었다. 윤 당선인은 실제 이 순서대로 정상과 통화하며 우의를 다지는 상황이다.



이는 문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과 상반된 모습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17년 5월 10일 당선이 확정된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축하 인사를 가장 먼저 받았다. 이후 11일 오후 12시께 시 주석과 40여 분간 전화 통화를 하며 대북 문제 등을 논의했고, 같은 날 오후 2시 35분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과거사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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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 통화의 분위기도 당시와 상당히 차이가 난다. 윤 당선인은 기시다 총리와의 통화에서 “한일 관계를 중시하고 함께 협력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고 기시다 총리 역시 같은 의견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아베 총리와의 첫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를 포함한 과거사 문제에 있어 양국이 지혜롭게 극복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고 아베 총리는 “미래지향적인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해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했던 위안부 합의를 착실히 이행해 달라”고 언급했다. 첫 통화에서부터 한일 간 팽팽한 대립이 예고됐던 것이었다. 외교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의 첫 외교적 행보를 살펴보면 한미일 3각 공조의 강화가 예상된다고 평가한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신냉전 시대를 맞은 만큼 안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전통적 동맹 외교에 더욱 힘을 쏟을 것이라는 분석에서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윤 당선인의 첫 통화 순서만 보더라도 ‘한미일 공조’가 ‘한중 협력’보다 우위라는 점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있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서 보듯 동맹 외교의 중요성이 커진 만큼 한일간 협력은 이전보다 대폭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정부는 대중 견제를 위해 한미일 협력을 중요시하고 있는데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역시 중요시하고 있어 바이든 대통령이 이러한 기대를 접은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 정부가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에서도 한발 늦게 동참하는 등 핵심 동맹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 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윤 당선인은 이전보다 적극적으로 한미일 협력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의 반발 우려…일본과 현안 해결은 숙제=윤 당선인의 이 같은 행보는 중국의 반발을 불러올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오전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만나 한중 협력의 중요성을 다졌다. 윤 당선인은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았고, 수교가 양국 간 여러 가지 큰 도움이 됐다”고 언급했고 싱 대사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시 주석은 윤 당선인에게 축전을 보내 “한중은 가까운 이웃이자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관영매체를 통해 윤 당선인에게 “미중 사이에 균형을 잡으라”고 이미 경고에 나선 상황이다.

외교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 같은 반발은 예견된 수순이며 불가피한 측면이라고 평가한다. 남 교수는 “중국을 경제적 측면에서 중요시했던 문재인 정부의 외교 방향을 바꾸려면 어느 정도 진통은 불가피하다”며 “중국과 각을 세울 필요는 없지만 속도 조절을 하면서 전통적 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신냉전 구도에 적합한 외교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역시 “세계는 이미 미국 중심의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러시아·중국 등 비민주국가 간 대결로 큰 흐름이 바뀌고 있다”며 “한국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서는 전통적 동맹을 복원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관계 개선에 한발 다가섰지만 실제 마중물을 마련하는 것은 윤 당선인의 숙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남 교수는 “윤 당선인이 일본과 관계 회복을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할 것으로 보이지만 양국 국민의 정서를 고려해야 하는 측면도 분명히 있다”며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 등 양국 간 갈등 요인을 어떻게 실질적으로 풀어낼지 등이 중요한 숙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강동효 기자·김남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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