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외교·안보

실패로 끝난 文 '평화구상'…尹정부선 '당근·채찍' 동시에 쓴다

[정권 이양기 긴장감 커지는 한반도]

■ 새 정부 대북정책 방향은

文정부 '도발'·'규탄' 단어도 北 눈치

포용 일변도…다른 대응수단 전무

"힘을 통한 평화 구축" 강조한 尹

한미 동맹 통한 대북억지력 강화

군사·경제제재도 적극검토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수 있는 서해위성발사장을 방문해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북한이 ‘레드라인’으로 평가받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사실상 실패로 막을 내렸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북한은 ICBM과 핵 개발을 동시다발적으로 하며 한반도 긴장 분위기를 확산시키고 있는데 오는 5월 집권할 윤석열 정부에 있어서도 큰 부담이 됐다는 전망이다. “힘을 통한 평화 구축”을 외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북한에 대해 강한 ‘압박 카드’를 사용하며 분위기 반전을 모색할지 관심을 모은다.






◇‘종전 선언’ 희망의 끈까지 끊어버린 북…실패한 ‘한반도 평화’=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일촉즉발의 한반도 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대북 포용책을 꺼냈다. 당시 북한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개발로 미국과 ‘강대강’ 국면으로 맞부딪치던 상황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4월과 5월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 방안에 대해 대략적인 합의를 이뤘다. 이후 6월 싱가포르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역사적으로 만나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한 약속을 했다.



정상 간 합의로 잘 진행되던 한반도 평화 구축 방안은 이듬해 2월 북미 정상회담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않고 종결되며 사실상 막을 내렸다. 북한은 이후 2021년 당 대회에서 5대 국방 과업을 발표하며 핵무기와 ICBM 등 전략무기 개발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후에도 ‘종전 선언’ 제안 등 꺼져 가는 불씨를 살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북한은 한미 등 국제사회의 대화 제안에 끝내 응하지 않았다. 북한은 올 들어 9차례 미사일 시험 발사를 하는 등 오히려 평화 구축에 역행하는 움직임을 보였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힘을 잃고 막을 내리게 됐다.

관련기사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 과도하게 ‘북한 감싸기’를 하며 끌려간 것이 패착이라고 평가한다. 정부는 그동안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무력 도발에 대해 ‘도발’이나 ‘규탄’이라는 단어를 쓰는 것도 주저할 정도로 소극적이었다. 남성욱 고려대 통일외교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대해 포용정책 하나만 활용했기에 운신의 폭이 지나치게 좁았다”며 “이러다 보니 북한이 현재와 같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무기 체계를 고도화해도 별다른 대응 수단이 전혀 없어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문성묵 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역시 “문재인 정부에서 남북 관계를 발전시키겠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북한과 대화조차 중단된 상황”이라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완전히 실패로 끝났고, 다음 정부에 대북 문제와 관련 부담만 넘겨주게 됐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정부, 대북 압박 카드 사용하나=윤 당선인은 대북 정책과 관련, 실질적 성과를 담보하지 않는 남북 정상회담은 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또 “말로 외치는 평화가 아닌 힘을 통한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으로의 대북 정책은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과 더불어 강한 제재를 수반하는 압박 카드가 활용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평가된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역시 지난해 대북 정책을 새로 발표하면서 ‘외교’와 ‘압박’을 모두 활용하겠다고 밝혔지만 우리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대화 위주의 접근법에 치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당선인은 북한에 지나치게 포용적인 태도를 바로잡고 남북 관계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힌 만큼 북한의 ICBM 발사 등 선을 넘은 행위에 대해 강한 제재 의지를 표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남 교수는 “북한이 새 정부를 의식해 도발 강도를 높이는 형태로 움직일 게 뻔한데 윤 당선인은 한미 동맹을 통해 대북 억지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윤 당선인이 밝힌 대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추가 배치 또는 미군의 전략적 자산에 대한 한반도 재배치 등 군사적 대응 카드가 나올 수 있고 추가적인 경제제재도 적극 검토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북한에 대해 크게 신경을 기울이지 않고 있는데 윤 당선인이 대북 압박 카드를 추가로 제안할 가능성이 있다”며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으로 축소된 한미 연합훈련을 정상화하는 것도 북한 입장에서는 상당한 부담을 줄 수 있는 만큼 이 역시 대북 압박 카드로 쓰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북한의 핵 개발 위협과 관련해서는 ‘인센티브’를 주며 폐기를 유도하기보다 강한 대응으로 핵 보유 비용이 크다는 점을 상기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2018년 외신기자들이 보는 가운데 폭파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을 재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풍계리에서 새 건물이 들어서고 기존 건물을 수리한 정황 등이 최근 위성사진에 포착된 것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영변 핵 시설의 원자로가 재가동되고 있는 징후를 다수 포착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문 센터장은 “문재인 정부는 북한에 인센티브를 주면서 비핵화를 유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며 “윤 당선인은 북한이 핵을 개발할 경우 막대한 비용을 치를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하며 제재 카드를 쓰는 등 이른바 ‘핵 불용화’ 전략을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강동효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