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팀 선수 출신으로 프로야구 감독을 지낸 허구연(71) 해설위원이 KBO 총재로 추대된다. 해설 경력만 40년으로 고(故) 하일성 전 해설위원과 함께 쌍벽을 이뤘던 허 위원은 이제 한국프로야구 행정의 수장으로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하게 된다.
KBO 10개 구단 대표와 KBO 사무국은 11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제4차 이사회를 열어 총재 후보로 허 위원을 추천했다. 조만간 서면 결의 방식으로 진행될 구단주 총회에서 재적 회원 3/4 이상의 지지를 받으면 제24대 총재로 공식 선출된다. 총회는 사실상 형식적 절차라 이사회 결과가 뒤집힐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기업인이나 정치인의 전유물이던 KBO 총재직에 사상 최초로 야구인 출신 인물이 앉는 것이다.
KBO 총재 임기는 3년이지만 허 위원은 지난달 중도 사퇴한 두산 그룹 출신 정지택 전 총재의 임기를 이어받아 2023년 12월 31일까지 총재직을 수행한다.
경남고, 고려대를 나온 허 위원은 프로야구 출범 전인 1970년대 실업팀 상업은행, 한일은행에서 선수로 뛰었다. 1976년 한일 올스타전 때 정강이뼈가 부러져 네 차례나 수술을 받으면서 선수 생활을 접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부터 해설위원으로 일했는데 1985년에는 최연소(34세) 감독으로 청보 핀토스 사령탑을 맡기도 했다. 이듬해 8승 23패의 부진 끝에 중도 퇴진한 뒤로는 롯데 코치, 미국프로야구 토론토 코치도 지냈다. 1991년 방송에 복귀했고 돔 구장 건설 등 야구 인프라 구축을 끊임없이 강조해왔다.
진주가 고향인 허 위원은 “대쓰요(됐어요)” “베나구(변화구)” 등 진한 사투리가 섞인 해설로 유명하다. ‘허프라(허구연+인프라)’ ‘기승전돔(어떤 얘기를 하더라도 돔 구장 얘기로 끝난다는 뜻)’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KBO 규칙위원장, 기술위원회 부위원장, 야구발전위원장, 아시아야구연맹 기술위원장, KBO 총재 고문을 지낸 허 위원은 NC와 KT 구단 창단에도 힘을 보탰다. 허 위원은 “야구인 출신은 안 된다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중장년층을 겨냥한 전략과 MZ세대를 겨냥한 전략으로 투 트랙 마케팅을 펼치겠다. 프로야구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각종 규제와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등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