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가 KB금융그룹 노동조합 추천 사외이사 후보 선임에 공식적으로 반대 의견을 냈다. ISS는 글래스루이스와 함께 양대 글로벌 의결권 자문 전문 기관이다. 세계 투자자의 약 70% 이상이 ISS 의견을 유료 보고서 등을 통해 참고한다.
13일 금융 업계에 따르면 ISS는 최근 KB금융그룹 관련 보고서에서 오는 25일 주총에 노조협의회가 추천한 김영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주주들에게 권유했다. 앞서 지난 9일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는 한국해외투자인프라 도시개발자원공사 상임이사를 지낸 김영수 전 수출입은행 부행장을 사외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KB금융그룹 노조협의회는 “최근까지 임직원과 일반 주주를 대상으로 위임장을 받아 KB금융 주식의 0.55%(214만5994주)를 확보했다”며 “김 후보는 1985년 수출입은행 입행 이후 홍콩 현지 법인과 국제금융부 등에서 30년 넘도록 일한 해외 투자 전문가”라고 추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ISS는 보고서에서 노조의 김 후보 추천을 조목조목 반대했다. 우선 노조가 제시한 김 후보의 해외 경험이 이사회에 가치 있는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추천 사유에 대해 ISS는 “김 후보의 핵심 강점은 ‘은행 비즈니스’에 있다”며 “그러나 은행 비즈니스의 전문성은 다른 이사 후보자, 기존 이사들에서도 확인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ISS는 “인프라나 도시 개발과 관련된 그의 전문성이 KB금융그룹의 다양한 금융 상품과 자산을 다루는 광범위한 해외 사업을 개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노조가 강조한 공공 기관의 노동이사제 도입과 궤를 같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분명히 반대했다. ISS는 “노조는 최근 국회를 통과한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KB금융 이사회가 노조 지명 이사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KB는 정부 소유 기업이나 준정부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KB는 이 개정안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ISS는 이와 달리 KB금융지주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내정한 신임 사외이사 후보인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선임안(제2.7호 안건)과 기존 사외이사 6명의 1년 연임안에 대해서는 찬성 의견을 냈다.
ISS의 반대로 25일 KB금융지주 주총에서 KB금융그룹 노조 추천 이사는 부결된 가능성이 높다. JP모건·블랙록펀드 등 KB금융지주 지분 70% 이상을 보유한 외국인투자가들이 ISS 자문 의견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ISS는 앞서 2017년, 2018년, 2020년에도 KB금융 노조나 우리사주조합이 추천한 사외이사에 반대 의견을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