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한일협력-한미동맹은 한몸…"과거史-안보 분리 DJ방식 계승을"

[윤석열 시대: 이런 나라 만들자]

< 3 > 외교·안보 기초부터 다지자

북중러 뭉치는데 한미일 공조 난망

文정부 들어 연합훈련·교류 중단

바이든 3자 협력 발전 외치는데

과거사 발목잡혀 한일협력 구멍

韓 단독행동땐 핵공유국 빠질수도

쿼드플러스 가입 적극 추진해야

우리 해군 구축함 세종대왕함이 지난 2012년 6월 22일(현지 시간) 동중국해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및 일본 자위대 구축함과 연합훈련을 하는 가운데 시호크 헬리콥터가 대잠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미 해군우리 해군 구축함 세종대왕함이 지난 2012년 6월 22일(현지 시간) 동중국해에서 미 해군 항공모함 및 일본 자위대 구축함과 연합훈련을 하는 가운데 시호크 헬리콥터가 대잠 초계비행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미 해군




지난해 10월 29일 태종대 동쪽 20해리의 공해상에서 한일 해경 당국의 경비정들이 호흡을 맞췄다. 우리 남해해양경찰청 경비함정이 일본 제7관구 해상보안본부 측 경비함정과 연합 수색 구조 훈련을 벌인 것이다. 한일 치안 당국은 그동안 연례적으로 해경 차원의 연합 훈련 등을 진행해왔다. 한일 양국은 과거사 등을 놓고 외교적 갈등을 빚어왔지만 조난 선박을 찾아 구조하기 위한 해경 차원의 연합 훈련만큼은 명맥을 지켜왔다. 양국 간 해상 연합 훈련은 국방 당국 차원에서도 있었다. 김대중(DJ) 대통령 시절인 지난 1999년부터 우리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가 첫 합동 수색·구조훈련을 했던 것이 시발점이었다. 일본이 우경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는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키려는 DJ의 뜻을 계승해 2년마다 인도주의 차원의 양국 해상 연합 훈련을 실시했다.

훈련은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 18년 만에 막을 내렸다. 2017년 12월 15일 일본 요코스카 서남방 해상에서 대한민국 해군의 구축함 강감찬함과 일본 해자대 구축함 테루즈키함 등이 호흡을 맞춘 것이 마지막이다. 인적 교류도 마찬가지다. 우리 해군과 일본 해자대는 매년 함대 사령관급 지휘관의 상호 방문 행사를 실시했으나 2019년을 마지막으로 후속 교류는 이뤄지지 않았다.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종료될 뻔했다가 미국의 적극적인 개입으로 겨우 연장됐다.



이를 바라보는 우리 안보 외교 전문가들의 심경은 착잡하다. 2차 냉전 속에 북한이 중국·러시아와 한층 결속해 안보 위협을 높이고 있는데 이에 대응할 한미일 삼각 동맹(한미동맹·미일동맹·한일협력으로 연계된 외교 안보 공조)의 한 축은 한일 협력의 단절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탓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한일 관계 개선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이른바 ‘사도광산’ 문제가 역사 갈등을 한층 부채질하고 있어 군사 협력까지 곧바로 복원할 수 있을지 예단하기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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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갈등에 조바심내는 미국=이런 상황에 가장 애타는 곳은 미국이다. 한미 국방장관은 지난해 12월 ‘한미안보협의회(SCM)’를 열고 “한미일 3자 안보 협력이 역내 안정에 여전히 핵심적”이라며 “3자 안보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은 올해 2월 한미일 외교장관회담 개최를 주도했는데 이 자리에서 한미일 외교장관은 3국 간 안보 협력을 발전시키는 데 전념하기로 합의했다. 이수훈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후 한미일 3자 협력에 대한 미국의 메시지가 점차 더 강화됐음을 방증한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정부가 한미일 안보 협력 발전을 견인하려는 것은 동북아에서의 삼각 동맹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기 위함이다. 한 외교 당국자는 “바이든 정부는 중국·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한국·일본·호주·인도와 같은 인도·태평양지역 동맹, 파트너 국가들과의 공조를 강화해 글로벌 전략을 재편하는데 인도는 중국·러시아와 관계를 고려해 눈치를 보고 있고 한일 간 협력은 역사 갈등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동북아에서 군사력을 팽창하고 있고 북한은 핵 위협을 고도화하고 있으니 미국 조야 일각에서는 동북아에서 점진적으로 발을 빼고 일본에 역할을 준 뒤 미군은 중국의 제2도련선 밖인 호주 등으로 물러나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오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일 관계가 개선돼 한일 군사 협력 등이 복원되지 않으면 한미일 삼각 공조는 물론이고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핵우산 제공 등 확장 억제 안보 공약도 약화될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한반도에 천착 된 ‘우물 안 개구리’=우리 정부와 군 당국자들을 만나보면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극 나서지 못하는 것은 우리의 외교안보 전략의 무게중심이 북한 문제 해결에 과도하게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우리 군의 한 장성은 “미국은 한미·미일 동맹을 글로벌 안보 협력의 차원에서 밑그림을 그려 발전시키려고 하고 일본은 이에 편승해 보통국가화를 목표로 여러 정권을 넘어 차근차근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한반도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북한 문제에만 갇혀 따로 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벗어나려면 향후 출범할 윤석열 정부가 과거사와 안보 문제를 분리해 한일 군사 협력부터 복원하고 한미일 삼각 공조의 역할을 한반도 주변뿐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 평화·번영의 핵심축으로 성장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과거 DJ정부가 결단했던 것처럼 과거 문제는 그것대로 정치·외교영역에서 풀어나가되 안보 문제에 있어서는 한일 관계를 한미 동맹 강화의 필수 요소로 보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이 주도해 한국 등도 포함시키려는 다자 간 안보 협의체인 ‘쿼드 플러스’ 등에 합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군사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일본이 미국과의 핵 공유 추진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국이 이를 허용할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처럼 일본·호주 등 역내 주요 동맹국과 다자 간 공유만을 허용할 가능성이 있는데 한일 관계 복원 및 쿼드 플러스 가입을 미루고 우리만 단독 행동을 할 경우 신(新) 핵 공유 네트워크에서 소외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민병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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