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이 부동산 정상화를 공약하며 최우선으로 내세운 해결책은 바로 ‘주택 공급’이다. 지난 5년간 문재인 정부가 수요 억제 일변도의 정책을 펼친 결과 집값이 오히려 급등하고 각종 부동산 규제에 민심이 등을 돌린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공급 확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전문가들은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을 정책이 아닌 이념과 정치 논리로만 접근하면서 시장 안정에 실패했다”고 지적하면서 “다음 세대까지 내다본 중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 공급 로드맵을 짜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윤 당선인은 임기 5년 동안 전국에 250만 가구 이상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특히 수요가 집중된 수도권에 130만~150만 가구의 물량을 풀 예정이다. 세부 공급 방안을 살펴보면 신도시를 비롯한 공공택지 개발을 통해 가장 많은 공급이 이뤄진다. 수도권 74만 가구를 비롯해 전국에 142만 가구가 공급된다. 이외에 재건축·재개발 47만 가구(수도권 30만 5000 가구), 도심·역세권 복합개발 20만 가구(수도권 13만 가구), 국공유지 및 차량기지 복합개발 18만 가구(수도권 14만 가구), 소규모 정비사업 10만 가구(수도권 6만 5000 가구)를 비롯해 상생주택, 매입약정 민간개발을 포함한 기타 방법으로 13만 가구(수도권 12만 가구)를 계획하고 있다.
윤 당선인의 공약에는 자금 조달이 어려운 청년층을 위한 공급 방안도 포함됐다. 분양가의 20%를 내고 나머지 80%는 장기원리금 상환 방식으로 매입하는 ‘청년원가주택’으로 5년간 30만 가구가 공급된다. 5년 이상 거주한 뒤 해당 주택을 국가에 매각할 경우 최대 70%를 돌려준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반값 주택인 ‘역세권 첫 집’도 20만 가구가 공급된다.
전문가들은 ‘250만 가구’라는 수치가 충분히 실현 가능한 목표치라고 평가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연구소장은 “임기 내 250만 가구 ‘입주’가 아니라 ‘공급’으로 보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라며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하는 공급 계획이 200만 가구 정도인데 이 공급 정책을 일관성있게 추진하면서 40만~50만 가구를 추가적으로 공급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의 공약대로 물량이 시장에 풀리면 고질적인 공급 부족 문제가 해소되고 집값 안정에도 일정 부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재건축 호재가 집값 상승을 부추길 것을 우려해 재건축 관련 규제를 대폭 강화했고 그 결과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이 급격히 감소하며 집값을 더욱 불안하게 만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인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올해 예정된 서울의 입주 물량은 1만 8907가구다. 전년도인 2021년 물량(3만 1314가구) 대비 40%가량 감소한 물량이다. 아실이 인구 변화를 토대로 분석한 서울의 연간 적정 입주 물량은 4만 7604가구인데 공급 물량은 여기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공급 물량 부족은 2030세대의 ‘패닉 바잉’, 영끌 매수를 부추기면서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KB월간주택통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지난 2017년 5월 이후 올해 2월까지 전국의 주택 매매가격은 30.9% 뛰었으며 서울은 46.3% 급등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공급보다 다주택자에게 집을 팔게끔 하는 분산 정책에 힘이 실렸는데 새 정부에서는 공급을 강조한 만큼 이전 정부보다는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서울에는 ‘주택’ 수가 ‘가구’ 수보다 98만 가구 정도 모자라는데 이번 정부에서 이 같은 공급 문제가 일부 해소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공급 숫자 채우기에 매달리기보다는 입지 등 주택의 ‘질’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외곽이나 경기·인천 등 지역보다는 수요가 많은 도심 지역에 공급을 늘려야만 공급 확대 정책이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정권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이 시장 혼란을 가중시키는 만큼 중장기적인 공급 로드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권의 이념에 따라 시장 영향을 고려하지 않은 단기적인 부동산 정책이 우후죽순 실행되면서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이 일어나 시장 안정화가 요원해졌다는 지적이다. 권 교수는 “정권이 바뀌더라도 중장기적인 정책은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단기·중기·장기 로드맵이 있어야 한다”며 “인구추계를 하듯 기존주택과 멸실주택, 신규주택 수를 추계해 지역별로 장기 공급 계획을 짜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