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단독] 신종 온라인 금융사기 느는데…감독 부실에 피해자 속앓이

투자자 '폰지형 피해' 속출해도

금감원 "형사고발로 수사해야"

경찰 "증거 부족"하다며 불송치

처벌 '솜방방이' 그쳐 대책 시급

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사진 제공=이미지투데이




신종 사기 일당은 피해자 최소 1000여 명을 모집한 뒤 사이트를 돌연 폐쇄하고 카카오톡 단체방을 해체했다. 사진=제보자 제공신종 사기 일당은 피해자 최소 1000여 명을 모집한 뒤 사이트를 돌연 폐쇄하고 카카오톡 단체방을 해체했다. 사진=제보자 제공


50대 직장인 A 씨는 지난해 초 지인에게서 솔깃한 제안을 받았다. 지인은 온라인에서 가상 캐릭터를 구입하면 원금의 웃돈을 받고 되팔 수 있다며 적극적인 투자를 권유했다. 가까운 지인이었기에 철석같이 믿었던 A 씨는 총 1억여 원을 투자했고 불과 1년 만에 원금을 몽땅 잃었다.

신개념 재테크를 표방하는 투자 상품이 온라인에서 우후죽순으로 늘고 있지만 관리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이면서 피해를 입는 투자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주무 부처인 금융감독원은 형사 고발을 통해 경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경찰로 사건이 넘어가도 증거가 부족해 법적인 처벌을 내릴 수 없는 경우가 많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서울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한 사기 조직이 지난 2020년 말 ‘동방명주’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해 최소 1000여 명의 피해자를 모집했다. 그러면서 가상 캐릭터를 사서 거래하면 3~7일 후 14~22%의 수익을 돌려주겠다고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일단 캐릭터를 구매하면 다른 사람이 해당 캐릭터를 더 높은 금액에 다시 구매하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형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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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범 일당은 캐릭터를 구매하면 추후 건강기능식품 쇼핑몰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고 온라인 게임과도 연계해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이들은 투자금을 받은 초기에는 일정 금액의 수익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들에게 신뢰를 쌓았고 시간이 지날수록 투자자들은 꾸준히 늘었다. 그러던 중 일당은 돌연 사이트를 폐쇄하고 피해자들을 카카오톡 단체방에서 강제로 탈퇴시켰다.

갑작스러운 사이트 폐쇄에 피해자들은 금융과 사법 당국 등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제대로 된 구제를 받을 수 없었다. 금융감독원은 A 씨에게 “이들 일당의 수법을 보면 사기일 가능성이 다분하다”면서도 “경찰과 검찰 등 사법 당국이 수사 후 처벌하고 있으니 경찰에 먼저 신고하라”고 안내했다. 사실상 금융감독원이 신종 사기 사건을 일일이 파악할 수 없으니 경찰에 고발하는 것 외에는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고발을 접수한 경기남양주북부경찰서는 피고소인 5명 중 1명에 대해 사기 혐의로만 불구속 송치하고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모두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수익 모델이 없는데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것처럼 기망한 행위에 대해서만 혐의가 인정됐고 유사 수신 행위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 등은 전혀 인정되지 않았다. A 씨는 “업체가 직접 투자 행위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그러한 거래가 이뤄지도록 판을 짠 것 자체가 잘못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처럼 신종 투자 사기로 인한 피해 사례가 잇따르고 있지만 법적 제재는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17일 서울북부지법은 이른바 ‘부동산 쪼개기’로 기소된 기획부동산 일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 일당은 개발 가능성이 없는 그린벨트를 사들여 필지를 쪼갠 뒤 가격이 오를 것처럼 속여 1300여억 원의 거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드러났다.

정완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온라인상에서 이뤄지는 금융 사기는 서버를 해외에 두거나 일당이 해외로 도피하면 증거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디지털 포렌식 등 사법 당국이 적극적으로 개입해 증거를 채집하고 국민들의 법 감정을 고려한 판결을 내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동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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