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멈춰라"…러 국영방송국 직원, 뉴스 생방송 도중 난입 시위

러시아 국영TV의 뉴스 생방송 도중 한 여성이 ‘반전' 팻말을 들고 스튜디오에 난입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14일(현지시각) 가디언은 이날 저녁 러시아의 대표 국영방송인 채널1의 메인 뉴스가 진행되던 중 한 여성이 반전 메시지를 담은 팻말을 들고 앵커 뒤에 나타나 “전쟁을 멈춰라”고 외치는 모습이 몇 초간 생중계됐다고 보도했다. 시위자는 채널1의 에디터인 마리아 오브시아니코바로 확인됐다.

그가 든 팻말에는 “선전을 믿지 마라. 그들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러시아인들은 전쟁을 반대한다”고 쓰여 있었다. 오브시아니코바는 채널1에서 일하며 ‘크렘린의 선전’을 퍼트린 것을 후회한다는 내용의 사전 녹화 영상도 추가로 올렸다. 러시아의 한 인권단체를 통해 공개된 영상에서 그는 “수년 간 채널1에서 일하며 선전을 퍼트리고 거짓말을 한 것이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이어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범죄이며 범인은 러시아”라면서 러시아인들이 반전 시위에 동참할 것을 촉구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저녁 “진실을 밝히기 위해 노력하는 러시아인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며 오브시아니코바의 반전 시위에 호응했다.

오브시아니코바는 생방송 시위 직후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러시아 군부에 대한 ‘가짜 뉴스’ 전파를 형사 처벌하는 법에 따라 징역형에 처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초 도입된 이 법안을 어기면 최대 징역 15년 형을 받을 수 있다. 러시아 사법당국 관계자는 타스 통신에 ‘‘러시아의 군사력 실행에 대해 공공연하게 불신하는" 행위를 금지한 법안에 따라 오브시아니코바가 기소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 정부는 반정부 시위대는 물론 독립언론과 해외 SNS 등을 강력 탄압하고 있다. 지금까지 노약자를 포함해 약 1만 5000명이 반전 행위로 구금됐으며, 24곳 이상의 언론사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봉쇄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