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코로나19 확산 등 악재가 쏟아지면서 중국 빅테크 기업 투자자의 패닉 매도가 확산 중이다. 설상가상으로 대러 제재를 둘러싼 미중 갈등 우려까지 겹치면서 중국 기술주에 대한 불안감이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중국 기술주의 주가 조정이 과도한 만큼 공포에 사로잡혀 투매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15일 홍콩 증시에서 중국 기술주 주가를 반영하는 항셍테크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10% 내린 3472.42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날 11.03%의 역사적인 하락 후 이틀 동안 18.23%가 빠지며 연중 최저점을 기록했다. 대장주인 알리바바와 텐센트는 각각 11.93%, 10.19% 하락한 채 거래를 마감하는 등 기술주 대부분이 힘을 쓰지 못했다. 이들 기업은 고점 대비 주가가 각각 76.82%, 59.94% 후퇴한 상태다. 빅테크 기업이 메가톤급 타격을 받으면서 항셍지수와 항셍H지수도 각각 5.72%, 6.58% 떨어진 상태다. 항셍지수 2만 포인트가 붕괴된 것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 처음이다. 홍콩 증시에 비해 견조한 흐름을 보이던 중국 본토의 상하이종합지수도 이날 4.95% 내렸고 선전종합지수도 3.85% 추락하는 등 중국 증시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주가 급락은 이달 10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중국 기업 5곳에 대한 상장폐지 가능성을 언급하며 시작됐다.
이 영향으로 14일(현지 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알리바바그룹과 제이디닷컴(징동닷컴)이 전 거래일 대비 각각 10.32%, 10.52% 주가가 크게 내렸다. 이 밖에 비리비리(-10.83%), 니오(-12.26%), 디디추싱(-6.88%) 등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빅테크 기업들이 크게 휘청였다. 이들 기업을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CSI 차이나 인터넷 2배(CWEB)’ 상장지수펀드(ETF)는 주가가 무려 23.06% 폭락하며 이틀 새 38.47% 추락했다. 연초 대비로는 68.66% 주가가 내려온 상태다.
근본적인 문제는 무서운 기세로 퍼지고 있는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다. 방역 조치가 강화되면서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가 전면 봉쇄되는 등 글로벌 공급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고정희 한화자산운용 글로벌주식운용팀장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산이 이렇게 빠르게 늘어난 건 처음”이라며 “방역 조치 강화가 경기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러시아 제재를 두고 미국과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불안 요소다. 우크라이나 전쟁 국면에서 중러의 밀착으로 국제사회가 대중 제재에 착수할 경우 중국 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한 탓이다. 고 팀장은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규제가 중국으로 확대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돼야 할 것”이라며 “대내적으로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도시 봉쇄가 풀리면 중국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