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소녀상' 앞 집회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정의연)는 보수단체 회원과 유튜버 등 10여명을 수요시위 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할 계획이다.
16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정의연과 한국천주교 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는 서울 종로경찰서에 이우연 낙성대경제연구소 연구위원, 김병헌 위안부법폐지국민행동 대표, 김상진 자유연대 사무총장, 주옥순 엄마부대 대표 등 12명을 상대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집회 방해)·명예훼손·모욕 혐의 고소장을 제출한다. 소송에는 민족문제연구소, 평화나비네트워크, 전국여성연대 등 7개 단체가 고발인으로 동참했다.
정의연 등은 고소장에 보수단체 회원·유튜버들이 2020년부터 최근까지 집회 장소 인근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비명 등을 송출하거나, 소녀상 앞 집회 신고를 먼저 하는 방법으로 수요시위를 방해했다는 내용을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 "반일 정신병자들은 병원에 가라", "반일 행동을 하려면 북한으로 가" 등 발언으로 수요시위 참가 단체의 명예를 훼손하고, "소녀상을 섬기러 왔냐, 이 수녀X들아" 등 욕설을 해 집회에 참여한 장상연합회 소속 수녀들을 모욕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일부 유튜버와 보수단체 회원은 "위안부는 몸 파는 창녀", "일본제국은 조선의 여인을 강제로 끌고 가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으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모욕했다고 강조했다.
정의연은 "이런 범죄사실은 지난 2년간 이어진 모욕 중 일부"라며 "피고소인들의 범죄를 철저히 수사해 잘못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의연은 1992년부터 중학동 옛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에서 정기 수요시위를 열어왔으나, 2020년 6월부터는 보수단체들이 집회 장소를 선점하면서 소녀상과 수십 m 떨어진 곳에서 수요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단체 네트워크는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에 긴급구제를 신청했고, 인권위는 "수요시위는 세계적으로 전례를 찾기 힘든 운동"이라며 종로경찰서장에게 긴급구제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보수단체들은 이 같은 권고를 한 송두환 국가인권위원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및 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소녀상 주변으로 집회 신고를 확대했다.
정의연은 이날 오전 11시 종로경찰서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밝힌 뒤 고소장을 제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