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닭볶음탕 등에 쓰이는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체들이 무려 12년간 가격 등을 담합한 사실이 적발돼 총 1758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등을 담합한 하림(136480)과 올품 등 16개 육계 신선육 제조·판매업자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758억 2300만 원을 부과한다고 16일 밝혔다. 그 중 올품·한강식품·동우팜투테이블(088910)·마니커(027740)·체리부로(066360) 등 5개사는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16개 업체는 2005년 11월부터 2017년 7월까지 총 45차례에 걸쳐 육계 신선육의 판매가격·출고량·생산량·생계 구매량을 합의하고 이를 실행했다. 육계 도계량 기준 시장 점유율은 77.1%에 달하는 이들 업체는 판매가격을 구성하는 모든 가격 요소를 공동으로 결정하거나 병아리 입식량(생산량)까지 조절하는 등 광범위한 담합 수단을 활용했다.
16개 업체들이 가입된 한국육계협회(육계협회) 내 대표이사급 회합인 ‘통합경영분과위원회’(통분위)가 담합의 주된 창구로 활용됐다. 업체들은 총 60차례의 회합을 열어 육계 신선육 판매가격 등을 합의하고 이행 여부를 점검, 독려하거나 담합으로 판매가격 인상 효과가 나타났는지 분석·평가하기도 했다.
업체들은 심의 과정에서 출고량·생산량 조절 행위가 공정거래법 적용이 배제되는 정부의 수급 조절 정책에 따른 행위라고 주장했지만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공정위는 이 사건과 관련해 정부의 육계 신선육 생산조정·출하조절 명령이 이뤄진 적이 없고 정부의 행정지도가 일부 개입됐다 하더라도 근거 법령이 없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번 담합은 공정위가 과거 사건을 조사하는 와중에 또 진행됐다. 공정위는 2006년 하림 등 15개 사업자에 담합 과징금 26억 6700만 원을 부과한 바 있다. 과징금이 과도하다는 업계 주장에 조홍선 카르텔조사국장은 “담합 기간이 길고 관련 매출액이 12조 원이라 과징금이 많아보이는 것일 뿐 과징금 부과 기준율은 2% 정도로 다른 사건보다 낮다”며 “시정 조치에도 재차 발생한 담합은 무관용 원칙으로 강도 높게 제재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번 담합에 가담한 육계협회의 ‘사업자단체 금지행위’에 대해서도 별도 심의 후 제재하기로 했다. 육계협회는 입장문을 내고 “사업자들이 막대한 과징금을 감내할 수 없어 도산 위기에 직면했다”며 “회원사인 13개 사업자의 2011~2020년 영업이익률은 평균 0.3%로 10년간 거둔 영업이익을 고스란히 내놔도 공정위가 처분한 과징금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호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