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책꽂이] 팬데믹은 신자유주의의 종말…'다중위기' 이제 시작이다

■셧다운-애덤 투즈 지음, 아카넷 펴냄

전문가들 경고에도 위험 과소평가

지구촌 대혼란·경제 붕괴 부추겨

각국 재정 둑 허물고 새 복지실험

신자유주의 시대 총체적 위기가

포퓰리즘·분쟁·기후변화 등 초래

"현상황·대처 필요성부터 인정해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유럽의 재정위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러시아간 지정학적인 갈등 등을 거쳐 전세계는 잠시 안정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14년 이후 우크라이나 위기와 원자재 가격 붕괴, 시리아 난민 위기,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미국 대선에서 사회주의자인 버니 샌더스의 선전과 도널드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미·중간의 신냉전 시대 개막 등 초대형 이벤트가 숨가쁘게 이어졌다. 급기야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핵전쟁 경고음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카리브해 허리케인, 남극 대륙 빙하 붕괴, 동아프리카 지역의 메뚜기 떼 침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등 자연재해도 이전과 격이 다른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전 지구적 관점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신간 ‘셧다운(Shutdown·폐쇄)’은 시진핑 중국 주석이 코로나19 발발을 공식 인정한 2020년1월부터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취임한 지난해 1월까지 1년간의 ‘팬데믹 세계사’를 다룬다. 저자는 그동안 ‘대격변’, ‘붕괴’ 등을 펴내 ‘글로벌 위기분석의 대가’로 불리는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다.

그는 책에서 “코로나19 위기는 1970년대 시작된 신자유주의의 궤적이 끝났음을 나타낸다”며 2020년은 개별 역사인 소문자 역사(histories)가 아니라 거대 역사인 대문자 역사(History)라고 규정한다. 이전에 보았던 그 어떤 것과도 완전히 다른 일이 벌어지는 대전환의 서막이라는 것이다. 그는 환경사학자들의 ‘대(大)가속기’라는 개념을 빌어 앞으로 변화의 속도가 빨라지면서 점점 더 감당할 수 없는 재난이 닥칠 것으로 내다본다.



저자는 팬데믹 초기 각국의 무능한 대처에 대해 사회학자 울리히 벡의 표현을 빌려 ‘조직화된 무책임’이라고 비판한다. 코로나19는 바이러스 학자들이 미리 발생할 지역까지 정확하게 지목했을 정도로 예측 가능한 ‘회색 코뿔소’였는데도 위험성을 과소평가해 재앙을 막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총체적 위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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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코로나19는 망가지기 일보 직전인 미국 보건시스템과 수천 만명을 빈곤 위험에 빠뜨린 사회안전망의 허술한 실태를 드러냈다. 반면 시진핑의 ‘중국몽’은 온전하게 살아남아 미국의 단극 패권 질서를 위협하고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는 식의 성장 전략은 ‘인류와 환경의 관계’를 무너뜨려고 기후위기와 환경 오염을 초래해 작은 바이러스 변이가 전세계 경제를 위협할 수 있는 토양을 만들었다. 걸핏하면 반복되는 금융위기는 부유층에 더 많은 부를 몰아주며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고착화했다.

그는 “신자유주의는 시장과 법을 이용해 노동·환경 피해·질병 측면에서 분배 문제를 탈정치화하고 사회적 위험에 따른 불평등한 결과를 그냥 받아들이게 하려는 것”이라며 “신자유주의를 훼손한 것은 부주의한 글로벌 성장과 막대한 재정 축적의 수레바퀴가 촉발한 범유행 감염병이었다”고 지적했다.

코로나 19 사태로 지난해 전세계 국가의 95%에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감소하는 자본주의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 발생했고 올 2월 현재 전세계 사망자 수는 577만명에 이른다. 경제적 피해뿐만 아니라 학교·여행·쇼핑 등 일상 생활마저 붕괴되면서 사람들은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고 있다.

전쟁 같은 상황에 각국은 경제 붕괴를 막기 위해 막대한 재정을 풀었고 새로운 형태의 복지 제도를 실험했다. 서구 사회가 ‘큰 시장-작은 규제’라는 신자유주의 질서의 둑을 무너뜨린 것이다. 투즈는 “경제를 자연으로부터 분리하고 나아가 정치 그 자체로부터 분리했던 지난 반세기 동안의 (신자유주의적) 칸막이가 허물어졌다”고 말했다.

저자는 새로운 시스템이 정착될 때까지 다중 위기가 불가피하다고 경고한다. 민족주의 포퓰리즘 급증, 난민 위기, 국제 분쟁 빈발, 시위 격화 등은 신자유주의 쇠퇴에 따른 혼란과 서로 연결되고 상호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는 시진핑 주석의 측근인 천이신의 말을 빌려 신자유주의로 지구촌이 하나로 통합되면서 별개의 위협들이 하나의 새 위협을 만드는 수렴 효과, 다차원적인 사건들이 서로 얽히고설키는 증폭 효과, 한 지역 문제가 다른 지역에 영향을 미치는 유도 효과 등에 다른 세계사적인 사건이 빈발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투즈는 “현상유지는 우리가 택할 수 없는 단 하나의 선택지”라며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빠르게 진행되는 위기의 존재와 대처 필요성부터 인정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는 울리히 벡이 1980년대에 이미 ‘제2의 현대’라 불렀던 세계, 즉 순전히 인간의 활동으로 격변이 일어나고 변형되는 세계를 살고 있다. 우리는 과학과 기술의 혁신적인 잠재력을 받아들이고 완전히 활용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못하면 2020년은 일련의 세계적 재난 가운데 첫 번째에 불과할 것이다.”

최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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