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인상했지만 중국은 경기 부양을 위한 ‘나홀로 돈풀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 들어 경기 위축 우려가 커지고 있는 만큼 지급준비율(RRR)을 낮춰 유동성을 늘리거나 보다 강력한 조치로 기준금리 격인 대출우대금리(LPR)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긴급 진화에 나선 금융안정발전위원회
17일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중국 국무원 금융안전발전위원회(금안위)가 긴급 회의를 열고 자본시장 안정화를 비롯한 10가지 방안을 발표했다. 회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15일까지 폭락했던 홍콩, 중국 증시는 강하게 반등했다.
회의를 주재한 류허 부총리는 이날 회의에서 “통화 정책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규 대출이 완만한 성장을 유지하고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해 실물 경제의 발전을 확고히 하고 경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회의 직후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국무원 재정위 특별회의 정신 전수'라는 제목의 통지문을 통해 금융(통화)시장에 주도적으로 대응하고 신용대출 등 실물경제 발전을 확고히 지원하기 위해 경제를 합리적인 범위 내에서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안위는 중국의 금융정책을 결정하는 최상위 기구다. 지난 2017년 금융감독을 강화하고 규제의 허점을 보완하기 위해 설립됐다. 이번 회의는 코로나19의 확산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종목의 상장폐지 우려 등이 겹치며 자본시장이 흔들리자 열린 것으로 보인다.
금안위는 10가지 조치를 발표했는데, 모두 기존에 강조해오던 것으로 특별히 새롭거나 구체적인 것은 없다. 그 중 통화정책 관련,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신규대출은 완만한 성장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이 눈에 띈다.
기준금리(LPR) 보다 지급준비율(RRR) 인하에 무게
회의 이후 금융권에서는 중국 금융당국의 지준율 인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지준율은 은행이 고객에게 받은 예금 중 중앙은행에 의무 적립해야 하는 현금 준비 비율이다. 지준율을 낮추면 그만큼 은행의 유동성이 늘어나고 시중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기대된다. 통상 0.5%포인트(p) 당 1조2000억 위안(한화 230조 원)의 추가 여력이 생긴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7월과 12월 지준율을 각각 0.5%p 인하했다.
과거 금안위 회의 이후 지준율 인하 사례를 볼 때 이번에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지난 2018년(7월2일, 9월10일), 2021년(7월6일) 회의 이후 3일 내에 모두 지준율이 인하됐다.
일각에선 보다 확실한 경기 부양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인민은행이 오는 21일 기준금리인 LPR을 낮출 것으로 전망하기도 한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2월 1년 만기 LPR을 0.05%p 낮췄는데, 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였던 2020년 4월 이후 20개월 만이었다. 이어 인민은행은 올해 1월에도 1년 만기 LPR을 다시 0.1%p 낮춘 3.7%로 고시했다. 전달에 동결했던 5년 만기 LPR도 기존 4.65%에서 0.05%p 내린 4.6%로 고시하는 등 두달 연속 금리에 손을 댔다.
지난달에는 쉬어갔지만 이달 경기 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는 만큼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연초 부양 정책의 효과로 1∼2월 산업생산·소매판매 등 일부 지표가 예상을 넘는 호조를 보였지만 일부 규제 완화에도 경기 회복의 키를 쥐고 있는 부동산 시장의 위축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전국적인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커지면서 모건스탠리는 최근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을 0.6%에서 0%로 낮추기도 했다.
미국과의 금리 차이를 우려하는 지적도 있지만 중국이 통화정책 완화 기조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14일 위용딩 중국사회과학원 위원은 중국증권보에 “중국 금리인하와 연준의 금리인상은 양국간 금리격차를 좁히겠지만, 이것만으로 중국의 통화정책을 바꾸기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두 시장 상황이 다르다면서 “미국의 경우 연준이 기준금리를 2% 인상해도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실질 금리수준은 여전히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하겠지만 중국은 인하 조치를 단행해도 플러스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