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스틀리스' 스틸컷 / 사진=넷플릭스국경과 시간의 제약이 사라지고 콘텐츠 접근성이 높아진 지 오랜 시간이 지났다. 우리나라에서 해외 작품을 찾아보는 것도 이제는 옛말이 됐고,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작품을 먼저 찾는 시대가 도래했다. 아시아, 미국을 넘어 유럽에서도 적극적으로 우리나라 작품을 리메이크하려 한다. ‘OTT 공룡’ 넷플릭스에서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를 차지한 프랑스 영화 ‘레스틀리스(Restless)’도 국내 영화 ‘끝까지 간다’의 리메이크작이다.
‘레스틀리스’(감독 레지스 블론듀)는 부패 경찰 토마(프랑크 가스탐비드)가 어머니의 장례식 날 뺑소니 사고를 내면서 시작된다. 평소 뇌물을 받아온 토마는 설상가상으로 감사팀의 표적이 되고, 시신을 들키지 않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의 관에 유기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그렇게 고비를 넘기는 듯했으나 자신이 유기한 시신이 범죄 용의자라는 것을 알게 되고, 그를 쫓는 수사를 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는다. 여기에 정체불명의 목격자로부터 협박을 받게 되면서 패닉에 빠지게 된다.
원작에 충실한 작품이다. 줄거리나 인물 설정은 물론이고, 몇몇 장면은 구도와 연출 방법도 비슷하다. 시신을 장례식장 안치실로 옮기기 위해 사용했던 군인 장난감과 풍선 등 소품은 색깔만 다를 뿐 똑같다. 배경만 동양에서 서양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스토리 라인도 대부분 비슷하게 흘러가다가 결말 부분에서만 약간 변형됐다. 원작을 본 사람이라면 어떤 것이 비슷하고, 어떤 것이 달라졌는지 찾는 재미가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톤 차이다. 원작인 ‘끝까지 간다’는 긴장감을 가져가면서도 특유의 유머가 묻어있다. 반면 ‘레스틀리스’는 범죄 영화라는 것에 비중을 두고 무게감을 높였다. 호흡의 강약 조절에 따라 함께 널뛰게 되는 원작에 비해 ‘레스틀리스’는 잔잔한 느낌이 강하다.
두 주연 배우의 팽팽한 대치가 줄어든 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이선균, 조진웅은 ‘끝까지 간다’로 2013년 백상예술대상 남우주연상을 공동 수상할 만큼 보는 맛이 쏠쏠한 연기 대결을 펼쳤다. 고건수 형사 역의 이선균은 초조함과 공포감이 뒤섞인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높였고,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으로 분한 조진웅은 존재만으로 위압감을 주며 스릴을 담당했다. 두 사람의 온몸을 던지는 날 것 그대로의 액션은 하이라이트인데, ‘레스틀리스’는 이런 부분을 대폭 축소했다. 토마 역의 프랑크 가스탐비드 중심으로 흘러가며 조진웅 역할을 한 배우 시몬 압카리언 비중은 줄어들어 캐릭터성을 느끼기 어렵다.
/ 사진=영화 '끝까지 간다' 스틸컷그럼에도 소재가 주는 긴장감으로 러닝타임 내내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하는 것은 변함없다. 지루함을 느낄 틈이 없이 촘촘하다. ‘끝까지 간다’는 국내 개봉 당시 비교적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며 뒤늦게 '숨은 명작’이라는 평을 받았고, 2017년 곽부성 주연 중국 영화 ‘파국’에 이어 ‘레스틀리스’로 리메이크되며 빛을 발하고 있다.
‘레스틀리스’의 성공은 다시 한번 한국 콘텐츠의 달라진 위상을 실감하는 계기다. 지난해 ‘오징어게임’ ‘지옥’ 지금 우리 학교는’ 등 한국 오리지널 시리즈가 연이어 히트 치면서 ‘한국 작품’이라는 말만으로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영화 ‘부산행’, ‘악인전’, ‘극한직업’은 할리우드에서 리메이크되고,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과 영화 ‘기생충’, ‘악녀’ 등이 미국 현지에서 드라마화가 진행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더욱더 활발해진 한국 콘텐츠의 세계화를 즐길 날만 남았다.
◆ 시식평 - 원작의 재미를 꼭 같이 느끼시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