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장기화되며 전쟁 게임 출시를 앞둔 게임사들에게도 불똥이 튀고 있다. 닌텐도는 다음달 출시 예정이던 군사 전략 게임 출시를 돌연 무기한 연기하기도 했다.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전쟁 게임들은 대러 제재를 강화하는 등 반전(反戰) 메시지 설파에 한창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게임사 닌텐도는 최근 군사 전략 게임 '어드밴스 워즈'의 출시 일정을 연기했다. 이 게임은 당초 지난해 12월 출시 예정이었으나, 완성도를 이유로 한 차례 연기를 거쳐 다음달 8일 닌텐도 스위치용으로 출시를 앞두고 있었다. 닌텐도 측은 “최근의 세계적인 사건"을 이유로 출시를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직접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에둘러 지목한 셈이다.
국내 게임사인 NHN(181710)도 올해 상반기 전쟁 전략 게임 '건즈업 모바일' 출시를 앞두고 고민이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전쟁이 일어나며 대대적인 홍보 활동을 벌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소니의 동명 콘솔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이 게임은 NHN의 올해 첫 대형 신작이다. NHN은 그간 클라우드, 결제 등 비게임 사업에 집중해 오다가 올해부터 게임 분야에 다시 집중 투자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만큼 NHN 입장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게임인데, 전쟁이란 예상치 못한 변수가 튀어나온 셈이다. 다만 이미 출시 일정을 내부적으로 한 차례 연기한 상황인 만큼 추가 연기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NHN 관계자는 “게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한 차례 게임 출시를 연기한 바 있다"며 ”상반기 안에 게임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미 시장에 나와 있는 전쟁 게임들은 반전 메세지를 적극 설파 중이다. '월드 오브 탱크'로 유명한 게임사 워게이밍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러시아를 옹호한 부사장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동시에 우크라이나 적십자에 100만 달러(한화 약 1억 2,000만 원)를 기부하기도 했다. 러시아에 본적을 둔 '워썬더' 제작사 가이진은 "우리는 전쟁이 게임 내에서만 일어나길 원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현재 플레이어 간의 분쟁을 막기 위해 게임 내 채팅 기능도 일시적으로 막은 상태다.
국내 게임사 중에서는 최근 크래프톤이 ‘배틀그라운드’ 러시아·벨라루스를 포함하는 동유럽 리그를 무기한 연기했다. 이는 국내 게임사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내놓은 첫 대응으로. 최근 우크라이나 정부가 크래프톤 등을 지목해 전세계 게임업계의 ‘대러 제재’를 호소한 이후 나온 조치여서 관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