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메뉴판서 사라진 연어초밥…밥상까지 침공한 푸틴 [영상]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3주차에 접어들었습니다. 우크라이나 뿐만 아니라 러시아도, 그리고 그 여파로 전세계의 유가, 금융, 공급망 등이 전부 쑥대밭이 되고 있는데요. 러시아가 침공해서 쑥대밭을 만들어버린 곳이 또 있습니다. 바로 우리 밥상입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서 우리나라 횟집 메뉴판의 연어가 사라졌다고 합니다. 연어 뿐만 아니라 킹크랩, 명태까지 구하기 어려워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해산물을 안 좋아해서 괜찮으시다고요? 빵과 면의 주 재료인 밀 역시 위험하다고 합니다. 한국인은 밥심이니 괜찮다고요? 하지만 놀랍게도 쌀까지 부족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쟁은 우크라이나에서 일어나는데 왜 우리나라 밥상까지 피해를 받는 걸까요? 어떻게 된 건지 서울경제썸에서 알아봤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연어의 95%는 노르웨이산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과 무관해 보이는데요. 노르웨이산 연어는 훈제나 냉동의 형태가 아닌 날 것이기 때문에 항공 운송을 통해 수입되고 있습니다. 이를 운송하는 대부분의 노르웨이발 비행기는 러시아 공항을 경유해 한국으로 들어오게 되는데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자국 영공을 폐쇄해버렸습니다. 때문에 러시아를 경유하던 항공 화물들이 우회 항로를 택할 수밖에 없게 됐습니다. 우회 항로는 곧 운임 상승으로 이어졌고 연어 수입가격도 연달아 오르게 된 겁니다.



현재 한국에 들어오는 노르웨이산 연어의 가격은 15~25%가량 오른 상태입니다.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고 그마저도 수급이 어렵자 횟집에서는 연어 메뉴 판매를 중단하거나 가격을 올리고 있습니다. 연어 뿐만이 아닙니다. 러시아에서 주로 수입하는 킹크랩과 명태도 가격이 10% 이상 오르고 있습니다. 물론 해산물은 그렇게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맛있는 해산물을 전처럼 자주 먹을 수 없는 건 아쉽지만 우리 주식은 아니기 때문이죠.



진짜 문제는 지금부터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곡창지대라고 불릴 정도로 농산물을 많이 생산하고 수출하는데요. 현재는 전쟁으로 인해 생산과 수출에 차질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CNN은 이런 상황을 놓고 “식량 위기가 오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나 거대한 위기가 찾아오느냐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식량 위기가 오는 건 기정사실이라는 거죠.




가장 큰 문제는 밀입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밀 생산량의 30%를 차지하는데요. 지금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침공 탓에 밀을 생산할 수 있는 여력이 없습니다. 농사를 지을 때가 아니라 전장에서 러시아군과 싸워야 할 때니까요. 이런 상황 속에 밀 파종 시기는 다가오고 있습니다. 때를 놓치면 당분간은 밀 생산이 어려워지게 되는데요. 상황이 이렇자 밀 선물 가격은 한달새 70%가량 치솟았습니다. 당장 밀 가격이 급등하니까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밀 수출을 제한하기 시작했어요. 자국에 우선적으로 밀을 공급하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러시아는 6월 말까지 밀이나 옥수수 같은 주요 곡물의 해외 수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서방 국가가 러시아에 경제 제재를 가하자 이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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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무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생산량이 많다 한들 나머지 70%의 생산국에서 수입하면 되는 거 아냐?’ 싶겠지만 다른 나라도 모두 비슷한 입장입니다. ‘우리도 없는데 남 줄 게 어딨냐’며 곡물 수출을 제한하고 있거든요. 헝가리 농무부는 모든 곡물의 수출을 즉각 중단했고, 주요 곡물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나 터키도 곡물 수출에 제한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자국부터 공급하겠다는 거죠.



한국인의 주식은 밀이 아니라 쌀이니 그나마 괜찮은 거 아니냐고요? 쌀이 밀의 대체재로 지목되면서 현미 선물 가격도 밀어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또 다른 곡물 대체재인 옥수수도 마찬가지고요. 게다가 수입 곡물의 70%는 가축의 사료로 쓰이기 때문에 곡물 가격의 상승은 곧 육류의 가격 상승을 뜻하기도 하죠. 밀과 같은 곡물은 보통 선물 거래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현재 국내에 들어오는 밀의 가격은 6개월 전의 가격입니다. 따라서 향후 6개월까지는 당장 빵값이 오른다거나 하지는 않을텐데요. 그 이후가 문제입니다. 전문가들은 6월을 전후로 곡물 가격이 폭등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어요.



비료 가격도 문제입니다. 요소비료 같은 질소계 비료를 만드는데 천연가스가 필요한데요. 천연가스 최대 생산국인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무기로 전세계를 협박하고 있으니 비료 가격도 치솟고 있습니다. 때문에 요소비료 가격은 연초에 비해 4배 가까이 폭등했어요. 곡물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려 해도 생산비용이 높아진 거죠.



사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기 전부터 식량난은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해 공급망에 차질이 생기고 기후변화로 인해 예측하기 어려운 기후의 영향을 받았거든요. 이런 식량 위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불을 지른 겁니다. 과연 6개월 뒤 우리 밥상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요? 러시아의 침공을 받아 초토화된 모습일까요? 아니면 그 전에 극적인 해결책이 나와 맛있는 음식들을 먹고 있을까요?

정현정 기자·정민수 기자·이유진 인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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