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국회·정당·정책

尹 “공간이 의식을 지배, 용단없인 제왕적 대통령 못벗어나”

尹 "약속 저버리면 다음 대통령 누구도 못해"

'공간이 의식 지배' 靑 참모에 의존하는 구조

광화문청사 이전 시 사실상 靑과 공동 이용

민관합동위원회와 같은 건물 수시 소통 가능

尹 "민간 역동 국가 어젠다 담는 방안 구체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대통령실 용산 이전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권욱 기자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합니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내려놓는 방식을 제왕적으로 한다는 지적이 있는데, 결단하지 않으면 그 제왕적 대통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고 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20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무실이 있는 서울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서 진행된 당선 이후 세 번째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용산 시대를 너무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역대 여러 대통령이 청와대 시대를 끝낼 계획을 갖고 추진했지만 늘 벽에 부딪혀 실패해왔던 것을 고려할 때 결국 강력한 결단력으로 추진해야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저는 선거 과정에서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약속드렸다. 제가 어렵다고 또다시 국민과의 약속을 저버린다면 이제 다음 대통령은 어느 누구도 시도하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당선인은 첫 기자회견에서 “국정 현안을 놓고 국민과 진실하게 소통하겠다. 참모 뒤에 숨지 않고 국민 앞에 정직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말했다. 이날 윤 당선인은 약속대로 청와대로 상징되는 대통령 집무실을 74년 만에 용산으로 옮기는 국가 중대사를 직접 언론 앞에 나서서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청와대로 상징되는 ‘불통의 권력 공간’을 역사 속으로 보내는 일을 자신이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수석비서관들에게 둘러싸인 청와대는 그동안 ‘문고리 권력’의 상징이었다. 국가 최고 의사 결정권자인 대통령을 독대하기 위해서는 청와대 입구는 물론 비서실·경호처 등 소위 몇 개의 심리적 철문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폐쇄적 구조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도 후보 시절 집무실을 광화문 청사로 옮기기로 공약했고 안철수 인수위원장도 이번 대선 공약에 같은 약속을 담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공약 중 ‘정치 개혁’에 ‘청와대 권력 분산’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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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은 공약집에서 “현 청와대 구조는 왕조시대 궁궐 축소판”이라면서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국정 운영이 필요하다”며 개편을 공언했다. 그리고는 이날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기는 파격적인 대안을 국민 앞에 나서서 발표했다.

윤 당선인은 국정 철학으로 내세운 ‘일 잘하는 정부’를 위해 반드시 집무실을 이전해야 한다고 이날도 강조했다. 그는 “결단하지 않으면 공간이 의식을 지배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소수의 참모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현재 구조로는 국가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윤 당선인은 측근 권력과 수석이 된 정치인, 고위 관료에 둘러싸인 청와대의 구조에 대해 “국가적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미래 준비에 소홀하다”고 지적해왔다. 윤 당선인은 이날도 “현재 청와대는 본관과 비서동이 분리돼 있어 대통령과 참모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윤 당선인은 당초 약속한 ‘광화문’이 아닌 용산으로 집무실을 정한 데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최소한의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광화문에 집무실을 마련할 경우 공간이 좁고 경호상 문제 탓에 벙커 등 청와대 시설 일부를 그대로 사용해야 한다. 집무실만 이전할 뿐 사실상 광화문 청사와 청와대를 함께 사용하는 개악안에 가까울 수 있다는 뜻이다. 나아가 청와대를 국민에게 완전 개방하겠다는 약속 역시 어길 수 있다. 윤 당선인은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 안보 지휘 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완벽하게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 조치에 수반되는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을 중심으로 ‘일 잘하는 공간’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내비쳤다. 윤 당선인은 용산 집무실에 대해 “단순한 공간의 이동이 아니라 제대로 일하기 위한 각오와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저의 의지를 헤아려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설 집무실 건물에는 민간 전문가가 일하는 ‘민관합동위원회’도 같이 입주한다. 국내 최고의 전문가들은 윤 당선인이 조언을 구하면 수시로 집무실에 드나들 수 있다. 윤 당선인이 ‘궁궐식 구조’라고 부른 현재의 청와대와 상반된 공간을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윤 당선인은 “부처 위에 군림하면서 권력만 독점하는 기존의 청와대를 탈피해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하고 민간의 역동적 아이디어가 국가 핵심 어젠다에 반영되도록 하는 방안도 구체화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어 “물리적 공간의 문제보다 더 중요한 것은 소통의 의지라는 점도 잘 알고 있다”며 “대통령실 1층에 프레스센터를 배치해 수시로 언론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구경우 기자·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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