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21일 윤석열 당선인의 공약이더라도 폐기 가능성도 검토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하며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윤 당선인이 지난 대선에서 0.7%포인트 차로 신승을 거둔 만큼 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공약들은 수정하거나 폐기하며 국민 갈등을 최소화하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후보 시절 여성가족부 폐지와 노동이사제 도입 등 각종 현안에서 윤 당선인과 엇갈렸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인수위를 이끌기 때문에 윤 당선인의 공약 수정은 예고 수순이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1일 서울경제가 입수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운영 계획’에 따르면 인수위는 새 정부 국정 과제를 선정하는 데 있어 “기존 공약은 물론 추가 과제도 발굴해야 한다”면서 “전체 공약을 가급적 포함하되 일부 공약의 수정·보완 또는 폐기 가능성도 열어두고 집중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책 추진의 유연성을 강조한 인수위의 이 같은 원칙은 여소야대 정국을 풀어나가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윤석열 정부가 172석의 더불어민주당을 국정 파트너로 삼고 출항해야 하는 만큼 야당의 반대가 크거나 무리한 공약들은 폐기하거나 국정 후반기로 추진을 늦출 것이라는 예상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큰 여가부 폐지, 노동이사제 도입, 주식양도세 폐지, 병사 월급 200만 원 등이 수정되거나 폐기될 공약으로 꼽고 있다. 이미 안 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지금까지 공약과 국정 과제가 정확하게 일치하는 부분이 역대 정부에서 50% 정도”라면서 “공약을 거의 다 국가 주요 정책으로 그대로 하면서 여러 가지 부작용이 많이 나왔다”며 윤 당선인의 공약 수정과 폐기를 시사한 바 있다.
다만 인수위는 윤 당선인의 주요 공약의 경우 ‘시행령’으로라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운영 계획에는 ‘입법 없이 대통령 지시로 추진 가능한 사항은 명기’하는 원칙도 담겼다. 입법이나 법 개정의 경우 야당의 반대가 거세면 추진이 어려운 만큼 핵심 공약일 경우 대통령령 등 행정명령으로 풀어나가겠다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검경 수사권 재조정의 경우 법조계에서는 형사소송법 개정은 야당의 반대로 어려워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경 수사권이 조정될 것이 기대를 내놓고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박근혜 정부 때도 야당의 반대가 큰 공약은 시행령을 통해 진행했다”며 “여소야대 정국에서 법과 시행령의 해석을 놓고 여야가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인수위는 이날 인수위 일정을 공개하며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인수위는 오는 25일까지 분과별로 주요 부처의 업무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기타 부처도 29일까지 업무 보고를 완료한다. 인수위는 업무 보고를 토대로 분과별로 국정 과제를 검토하고 4월 4일 1차 선정, 4월 18일 2차 선정을 거쳐 4월 25일 국정 과제 최종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5월 2일 전체회의에서 국정 과제 확정안이 보고되고 윤 당선인이 5월 4∼9일 중 국정 과제를 직접 확정·발표한다.
인수위 활동 기간 윤 당선인은 매주 화요일 오전 10시 간사단 회의를, 목요일 오전 10시 분과별 업무 보고를 주재할 예정이다. 신용현 인수위 대변인은 윤 당선인의 회의 주재와 관련해 “핵심 국정 과제를 직접 챙김으로써 임기 내 국정 과제 실천도를 높이는 효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일요일 오후 3시 간사단 회의, 월요일 오전 9시 전체회의, 수요일 오전 9시 간사단 회의, 금요일 오전 9시 간사단 회의를 각각 주재한다.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국민 대토론회’도 개최하기로 했다. 분과별로 최소 1회 이상 현장 방문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인수위는 26일 인수위 전체 워크숍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철학과 비전을 공유하기로 했다. 인수위 워크숍에서는 새 정부에 바라는 요청 사항을 발표하고 외부 전문가 등을 초청해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한 강연도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