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대외 악재에 증시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단기 채권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경기 둔화 우려까지 심화되자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 심리가 커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투자자들은 금리 인상기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노릴 수 있는 초단기채 펀드를 ‘투자 피난처’로 택하는 모습이다.
2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내 채권형 펀드 287개의 설정액은 30조 8225억 원으로 최근 한 달간(2월 21일~3월 21일) 7102억 원이 순유입됐다. 특히 초단기채권 펀드 설정액은 같은 기간 4405억 원 불어나며 증가분의 과반(62.02%)을 흡수했다. 초단기채 펀드는 잔존 만기가 1년 이하인 국채와 통화안정채권 등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한편 국내 주식형 펀드의 경우 4239억 원이 순유출됐는데, 인덱스주식 상품 406개의 유출액(-4949억 원)이 가장 컸다.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다 기업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증시 불확실성이 증폭되자 채권 등 안전 자산에 대한 투자 심리가 살아나는 모습이다. 통상 금리 인상기에는 채권 가격 하락에 대한 우려로 채권형 상품에 대한 선호도가 떨어진다. 그러나 금리 인상 및 긴축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충분히 반영됐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변동성을 최소화하기 위해 채권형 펀드로 자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날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채권형 펀드 설정액 증가세에 대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정상화 강도와 시기에 대한 우려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로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만기가 1년 미만인 초단기채 펀드의 경우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손실 폭이 작아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실제로 지난 1개월간 액티브주식테마(-1.21%), 인덱스주식 섹터(-2.10%) 등 대부분의 국내 주식형 펀드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반면 초단기채권(0.16%)은 플러스 수익률을 유지했다. 심재환 한국투자신탁운용 전무는 “금리 인상과 관련한 우려가 상당 부분 선반영된 상황에서 채권형 펀드의 캐피털로스(자본 손실)가 크지 않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금리 변동에 대비해 상대적으로 덜 민감한 초단기채를 택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형 상품을 안전 자산으로 보고 투자하는 것에는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 역시 나온다. 3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금리 인상 스케줄과 관련한 불확실성은 어느 정도 해소됐지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연준의 매파적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듀레이션(만기)이 긴 채권은 가격 하락의 타격이 클 수 있다는 우려다. 변재일 한화자산운용 WM솔루션운용 팀장은 “인플레이션이 아직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자산에서 장기 채권 비중을 크게 늘리면 안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