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경제안보는 공급망 직결…"통상, 산업과 연계 없인 반쪽짜리"

[주무부처 개편론에 흔들리는 韓 통상]

■외교부 이관 논의에 산업부 반박

외교부 "미중 패권경쟁 등 정무적 판단 중요" 강조하지만

무역협정 등 현안 산적한데 외교논리 종속 땐 부작용 우려

정권 교체 때마다 바뀌면 노하우 축적·인재확보도 어려워





외교부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10주년 비하인드’ 이야기를 홍보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통상 주무 부처임에도 외교통상부 시절 미국과 FTA를 체결했던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 등 관련 인물들의 인터뷰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다.



이런 외교부의 행보는 결국 윤석열 차기 정부에서 통상을 되찾기 위한 것이다.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경제 안보’를 강조하며 외교부 역량 알리기에 나섰고 인수위 외교안보 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김성한 전 외교부 2차관 등 차기 정부에서 외교부 출신 인물의 활약이 클 수밖에 없는 점도 외교부에는 호재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통상 조직 이관에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있다. 이제 자리 잡은 통상 조직을 또 들쑤셔놓을 만큼 조직 이관의 실리적 이유가 없는 데다 유기적 역할 측면에서도 산업 정책과 통상 정책의 분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과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대응도 벅찬 판에 통상 기능 이관 이슈가 블랙홀처럼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성호 경기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현재 통상 주도권 관련 다툼은 부처 이기주의, 조직 논리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 중심의 산업 정책 부활 등 글로벌 상황을 보고 관련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제조 강국일수록 산업과 통상 분리 어려워


국가별로 통상 조직의 주무 부처는 다르다. 통상적으로 제조업 경쟁력이 강한 나라들은 주로 산업 부처가 통상을 주도하는 경향이 강하다. 우리나라만 해도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이 24.8(2020년 기준)에 이른다. 중국(26.1%), 일본(20.3%), 독일(18.1%) 등 제조업 비중이 우리처럼 높은 국가들은 하나같이 산업부가 통상을 맡고 있다. 반면 외교부에서 통상을 주도하는 호주(5.6%), 캐나다(9.6%), 아이슬란드(8.6%), 칠레(9.9%) 등은 제조업 비중이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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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미중 간 갈등 등으로 통상 영역과 외교 영역의 통합 지대가 생겼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면서 경제 안보 현실을 반영하려면 외교부에 통상 기능이 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교부는 실물경제에 대한 이해가 아무래도 부족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제 안보 이슈는 중국의 요소수, 우크라이나의 네온 가스 등에서 보듯 글로벌 공급망 문제가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다. 이런 문제의 소관 부처인 산업부가 통상 기능을 계속 맡는 게 합리적이라는 지적이 우세한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교수는 “이번 정부에서 빚어진 일본과의 반도체 소재 사태만 봐도 원자재 등 국내 주요 물자에 대한 분석과 통상 정책이 맞물려야 솔루션이 나온다”며 “외교부로 통상이 이전되면 통상과 산업 간 연계가 반쪽짜리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업부가 통상 기능을 가져온 후 일본과의 세계무역기구(WTO) 분쟁, 한미 세탁기 세이프가드 분쟁 등에서 모두 이기는 등 성과도 있다는 입장이다.

정권 교체 때마다 조직 바뀌면 인재 확보도 어려워

현재 외교부가 향후 통상을 담당할 경우 현실적인 문제도 산적해 있다. 일단 인력 확보가 만만치 않다.

우선 외교부는 서울에, 산업부는 세종에 자리하고 있어 일부 직원을 제외하고는 관련 직원들이 거주지를 옮겨야 한다. 최근 10년 새 서울 집값이 크게 상승해 사무관급 직원들은 서울에 거주지를 마련하기 힘든 만큼 저연차 직원들 위주로 통상 부처 이관에 대한 우려가 크다. 또 직제가 14등급으로 나눠진 외교부와 9개 등급으로 나뉘어진 산업부 간의 직제 통합 문제, 취급 문서 중 기밀문서가 많은 외교부와 산업부 간의 데이터 이관 등 물리적 장애물만 다수다. 무엇보다 10~15년 단위로 부처가 바뀌면서 관련 노하우의 축적이 어려운 점도 문제다. 이는 통상을 담당할 외부 인력 채용 등에도 마이너스로 작용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세종=양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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