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IB&Deal

[단독] '40조 큰 손' 국민연금 회사채 투자 멈췄다

우크라 사태 이후 신규 인수 전무

1~2월 수요예측 참여 4분의 1 토막

내달 투자 재개할지 기업들 관심







회사채 투자 규모가 40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이 올해 들어 투자 비중을 크게 줄이고 있다. 특히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이후에는 회사채 신규 인수를 전면 중단한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최근 한 달간 진행된 회사채 수요예측에 단 한 건도 참여하지 않았다. 회사채 투자에 앞서 실시되는 수요예측에 국민연금이 마지막으로 참여한 것은 지난 2월 21일 롯데케미칼(011170)(AA+)로, 3년 만기 회사채에 400억 원의 주문을 내 200억 원어치를 인수했다.

이후 현대중공업지주(A-)와 SK매직(A+), 농협금융지주(AA-), 한화손해보험(AA-), 세아베스틸(001430)(A+), 파주에너지서비스(AA-) 등 12개 기업이 2조 원가량의 회사채 발행에 나섰지만 국민연금은 단 한 건도 투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이달 중 발행이 예정된 회사채는 없고 금융채로 24일 수요예측을 하는 농협생명만 남아 국민연금의 3월 회사채 인수 실적은 전무한 셈이다.



올 들어 금리 인상이 본격화돼 국민연금이 회사채 인수 규모를 1~2월에도 크게 줄였지만 한 달 동안 투자를 중단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분석된다. 올 1~2월 국민연금의 회사채 수요예측 참여 규모는 약 97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 9500억 원) 대비 4분의 1로 급감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3월에는 4300억 원 규모로 회사채 수요예측에 참여했고 2020년 3월에도 2200억 원어치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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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고 국민연금이 최대한 회사채 투자 시점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예상된다”며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발발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커져 회사채 대신 장기국채를 사들이는 것은 이해하지만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가 시장을 내팽개친 것 아니냐는 불만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에 약 340조 원을 투자하고 있으며 이 중 11.5%(약 39조 원)가 회사채다. 국민연금이 회사채 투자를 중단하자 국내 주요 연기금 및 기관투자가들의 투자 심리는 더욱 얼어붙어 회사채를 발행하려는 기업들 중 이달 들어 눈치 싸움 끝에 발행을 철회하는 곳도 나왔다.

이에 따라 기업들과 투자 업계는 회사채 발행이 증가하는 오는 4월에 국민연금이 시장에 복귀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연금이 위탁운용을 맡긴 자산운용사들도 기금운용본부의 회사채 투자가 재개될지 지켜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까지 전년도 사업 보고서 제출을 마무리하는 많은 기업이 다음 달부터 회사채 발행을 통한 본격적인 현금 확보를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물산(028260)(AA+)이 이달 29일 수요예측을 거쳐 다음 달 초 3000억 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며 KCC(002380)(AA-)와 롯데칠성(AA)이 다음 달 1일과 4일 각각 수요예측을 진행한 뒤 15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는 등 기업들이 줄줄이 회사채 발행을 위해 대기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형 증권사의 자금 조달 담당자는 “회사채 미매각을 우려한 많은 기업이 4월부터는 금리 상승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면서 회사채 발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연금의 회사채 투자 재개 시점이 최근 회사채 발행 시장의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최근 가격이 폭락한 회사채를 국민연금이 저가에 매수할 기회이기도 해 조만간 시장 복귀가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은기 삼성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투자와 관련해 “기업들의 신용 위험도 크지 않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상을 단행한 후여서 극단적인 위험 회피 심리는 차츰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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