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의 조직 개편을 앞두고 통상 기능 이관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경쟁국들처럼 ‘산업통상형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는 전문가의 지적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는 22일 국제통상학회·무역구제학회·국제경제법학회와 서울 강남구 트레이드타워에서 ‘신정부 통상정책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신(新)통상 추진체계와 통상정책 방향’이라는 주제 발표에서 “최근 우리나라의 주요 경쟁국들이 통상정책을 ‘글로벌 산업 정책’의 중요한 축으로 인식하면서 이를 기술·자원·환경과 연계해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경향이 매우 강해졌다”고 언급했다.
이어 “통상정책을 두고 외교와 안보의 수단적인 측면만 강조하다 보면 ‘국부창출의 기반’이라는 통상정책의 또 다른 산업적 측면을 놓치게 되는 우(愚)를 범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허 교수는 특히 “주요국의 통상 조직 특성을 분석한 결과 제조업 강국은 산업통상형 조직을, 자원·농업 부국은 외교통상형을 채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최근 통상정책이 공급망, 기술 동맹, 디지털 전환 등 비전통 통상 의제들과 긴밀히 연계돼 있어 조직 측면에서 산업통상형의 장점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허 교수는 “향후 새 정부도 산업·안보·기술·에너지 등 ‘복합적 통상 체계’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조직을 운영해야 한다”며 △가치지향적 통상정책 △태평양 중시 통상정책 △글로벌 핵심 중견국가(G10) 달성을 위한 포괄적 대외 경제 비전 마련 등을 주문했다.
서정민 숭실대 국제무역학과 교수는 “탈(脫)세계화 추세가 심화됨에 따라 새로운 상황에 맞는 통상정책 비전과 전략이 재구성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주요 정책 과제로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 △통상의 디지털화 △통상의 가치 중심화를 제시했다. 구체적으로 GVC 재편에 맞춰 통상 리스크 경보 시스템과 통상 조직 스마트화를 통한 ‘스마트 통상 방파제’ 구축, 데이터가 안전하고 자유롭게 모이는 플랫폼 국가를 구축하기 위해 ‘디지털 통상 전략 추진 로드맵’ 마련을 주문했다.
신승관 무역협회 전무는 “코로나19와 미중 패권 경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통상 문제가 국가 안보 문제와 직결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새 정부는 변화무쌍한 국제정세에 유연히 대처하고 신통상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우리 기업의 경영 리스크를 줄이면서 국익을 극대화하는 통상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