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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국채 수익률 평탄화에 다시 불붙은 침체 논쟁 [김영필의 3분 월스트리트]

미 국채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심화하면서 경기침체 논쟁에 불이 붙었다. 로이터연합뉴스미 국채 수익률 곡선 평탄화가 심화하면서 경기침체 논쟁에 불이 붙었다. 로이터연합뉴스




2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는 전날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더 공격적인 금리인상 시사에 하락했던 것을 뒤로하고 다시 상승했습니다. 나스닥이 1.95%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과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각각 1.13%, 0.74% 뛰었는데요.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물가상승과 그에 따른 금리인상이 몰고 올 경기침체 가능성을 떨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지만 상황이 그렇게 간단한 것만은 아닙니다.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의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 발언 뒤 더 두드러지는 국채 수익률 평탄화를 두고 말이 많았는데요. 단기금리가 장기보다 높아지는 역전 현상이 다시 눈에 띄면서 경기침체의 전조라는 얘기도 불거집니다. 파월 의장이 0.5%포인트의 ‘빅스텝’을 마다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우려가 더 커지는 모양새인데요.

물론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가 맞섭니다. 국채금리는 어제 ‘3분 월스트리트’ 초반에 살짝 말씀 드리는데 그쳤기 때문에 오늘은 이를 어떻게 봐야 할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2년·10년물 격차 0.9%p→0.2%p…“역전 땐 경기침체 찾아와”


우선 금리부터 보겠습니다. 22일(현지 시간) 오후2시 기준으로 2년 물 금리는 연 2.166%, 10년은 2.378% 수준입니다. 차이가 0.212%포인트가량 되는데요. 이것이 연초에는 0.9%포인트 정도 됐습니다.

국채금리 역전을 말할 때 딱 어떤 것과 어떤 것을 비교한다고 정해진 것은 없지만 2년과 10년을 거론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를 보면수익률 역전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곡선은 평평해지고 있는 것이구요.

다른 만기와 비교하면 역전 현상은 이미 나타나고 있는데요. 3년은 2.387%, 5년은 2.386%, 7년은 2.416%로 10년보다 높습니다. 상식적으로 보면 만기가 짧은 것은 우리의 예측 선상에 있어서 보통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고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올라가게 됩니다. 10년 뒤, 30년 뒤 금리가 지금보다 더 낮을 수도 있지만 높을 수도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높게 되죠.

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연합뉴스제롬 파월 연준 의장. AP연합뉴스


하지만 역전이나 평탄화가 나타난다는 것은 단기 금리는 높지만 중장기로 가면 금리가 떨어진다는 의미로 경기가 좋지 않아 연준이 기준금리를 낮추고 전반적인 금리가 하락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는 게 수익률 역전에 의미를 두는 이들의 주장입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수익률 곡선의 평탄화가 경기침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며 “단기국채의 금리가 특히 큰 폭으로 올라 (장기물과의) 수익률 차이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고 전했는데요.

앞서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은 “국채 수익률 곡선을 보면 점점 더 경기침체로 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다”고 했고, 존 히긴스 캐피털 이코노믹스 수석 시장 이코노미스트는 “2년과 10년물 사이의 금리 격차가 더 줄어든 것은 미국 경제가 긴축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이 있다”며 “1980년대 후반 이후 4차례에 걸쳐 이 스프레드가 제로 이하로 떨어지면서 침체가 따라왔다”고 전했는데요.

금리역전은 2019년에도 있었고 올 초에도 평탄화에 대한 얘기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파월 의장이 더 강한 매파적 모습을 보이면서 연준의 뒤늦은 과도한 금리인상이 결국 경기침체를 야기할 것이라는 예상과 맞물려 더 주목받는 것인데요. 블룸버그통신은 “5년과 30년 만기 금리 차이가 2007년 이후 가장 작아졌다”며 “연준의 긴축이 경기를 둔화시키거나 침체를 불러올 것이라는 신호가 있다”고 해석습니다. WSJ은 “단기금리가 장기를 넘어서는 상황은 드물며 월가에서 확실히 나쁜 명성을 갖고 있다”고 봤습니다.

“경제, 18개월 이상은 예상 어려워…장기물은 수급이 중요 반드시 침체 의미 안 해”


이제 반대쪽 주장을 알아보겠습니다. 이들은 역전현상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있기도 한데요. 월가의 사정에 정통한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시장에서는 솔직히 18개월 이상의 일은 예측이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10년물 국채를 거래할 때 앞으로 10년 동안의 미국 경제의 성장경로를 꼼꼼히 따지는 것이 가능한가? 2년 같은 단기물과 달리 10년과 30년물 금리는 사실 수급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일리가 있는 부분인데요. 연준조차 1년 뒤 일을 전망 못하는데 10년과 30년 뒤의 경제상황을 정확하게 알아맞힌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겠죠. 이 관계자는 “곡선이 평탄화하는 것은 장기물보다는 단기물이 많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지금 연준이 금리를 계속 올린다고 하니까 단기 쪽이 영향을 받는 것”이라며 “10년짜리를 거래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10년 뒤에도 금리가 올라갈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크게 움직이지 않는 반면 단기 쪽 금리가 오르기 때문에 평탄화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월가에서는 솔직히 18개월 이상의 경제와 주가전망은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10년과 30년 같은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이들은 더 그럴 것이라는 말이다. 연합뉴스월가에서는 솔직히 18개월 이상의 경제와 주가전망은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다. 10년과 30년 같은 장기국채에 투자하는 이들은 더 그럴 것이라는 말이다. 연합뉴스



물론 과거에 역전 현상이 경기침체로 이어졌던 사례들이 있지만 이는 결과론적으로 그렇게 된 것이라는 건데요. 구니트 딘그라 모건스탠리 미국 금리전략 헤드는 “수익률 역전이 다가오고 있으며 그렇게 될 것”이라며 “하지만 이것이 종말적 상황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는 종종 수익률 역전과 함께 공존해왔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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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하반기에 수익률 역전이 나타났지만 2020년 초 미국 경제는 완만한 인플레이션과 낮은 실업률을 기록했죠. 팬데믹 침체는 인위적인 셧다운(폐쇄)에 따른 것이니 결이 다르다고 봐야 할 겁니다.

추가로 10년 같은 장기물에 대한 연기금과 해외수요가 금리를 낮추는 성향이 있다는 점을 알고 있어야 하는데요. 2000년대 중반 미국이 정책금리를 올렸지만 장기물은 상승하지 않아서 이를 ‘그린스펀의 수수께끼’라고 한 적도 있죠. 앞서 말씀드린 대로 수요 공급이 장기물 금리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역전이 나타났다고 해서 반드시 경기침체로 가지는 않을 수 있다는 말입니다. WSJ도 최근에 단기물의 금리가 크게 올랐다고도 했었고요. 월가의 또다른 관계자는 “시장 참가자들의 절반은 수익률 역전이 경기침체라고 믿고 반은 아니라고 보는 것 같다”며 “개인적으로는 채권운용 매니저들이 침체 가능성을 실제로 프라이싱하고 있다고 곧이곧대로 믿지는 않는다”고 했습니다.

“수익률 역전 의미 맹신은 아니어도 상당히 주의해야”…골드만삭스, “5·6월에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


양쪽의 얘기를 살펴봤으니 이제 현 상황을 어떻게 볼 것이냐는 문제가 남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수익률 역전이 100% 경기침체로 간다는 말을 맹신하기보다는 이 현상을 의미있게 보면서 상당히 주의할 필요가 있는 정도가 좋지 않나 합니다. ‘3분 월스트리트’에서 여러 차례 전해드렸지만 연준이 인플레이션 대응에 너무 늦었고 0.5%포인트를 포함해 급격하게 금리인상에 나설 확률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연착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기 때문인데요.

모하메드 엘 에리언 알리안츠 선임고문은 이날도 블룸버그TV에 “연준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이나 물가 전망 능력, 정책 내러티브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며 “정책실수에 인플레이션이 지속되게 됐고 경기침체로 갈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파룸보 웰스 매니지먼트의 필 파룸보도 미 경제 방송 CNBC에 “투자자들은 올해 말이나 2023년에 올 경기침체를 대비해야만 한다”고 했는데요.

뭐가 됐든 연준이 금리를 올리는 것과 경기가 둔화하는 것만큼은 분명합니다.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사라지기 때문에 증시도 든든한 지원군이 사라지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구요. 그래서 주의가 필요합니다. WSJ은 “투자자들은 긴장해야 한다. 연준이 경기를 냉각시키려고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시장에서도 더 큰 폭의 금리인상 예측이 확산하고 있는데요. 빅스텝은 효과는 클 수 있겠지만 그만큼 둔탁하기 때문에 부작용도 클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날 골드만삭스는 5월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가 0.5%포인트씩 올라갈 것으로 보며 나머지 4번 회의에서는 0.25%포인트씩 인상될 수 있다고 밝혔는데요. 내년 1~3분기 동안에는 3차례의 추가 인상을 점치고 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5월과 6월에 0.5%포인트의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합뉴스골드만삭스는 연준이 5월과 6월에 0.5%포인트의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예측했다. 연합뉴스


조너선 핑글 UBS 수석 이코노미스트도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금리선물 시장의 5월 0.5%포인트 인상 확률도 어제의 50%에서 72% 수준까지 치솟았다는 게 로이터통신의 보도입니다.

대표적인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는 이날도 공격적인 금리인상을 요구했는데요. 그는 연준의 금리인상 전략에 대해 “빠른 게 낫다”며 올해 금리를 3%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현 0.25~0.5% 수준인 기준금리를 3% 이상으로 하려면 단순계산으로도 수차례 0.5%포인트 인상이 필요하겠죠.

다만, 그렇다고 해서 국채 수익률 역전현상 단 하나만 갖고 모든 상황을 단정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연준의 인플레이션 전망 참사를 보면서 배운 것은 경제를 분석하거나 예측할 때는 겸손하게 항상 여러 사람의 말을 많이 듣는 게 중요하다는 거였습니다.

5월 0.5%포인트 금리인상 여부도 마찬가지인데요. 한때 3월 0.5%포인트 인상확률이 90%를 웃돌던 때가 있었죠. 어떤 곳은 이를 근거로 지난 달에 확정적으로 3월에 0.5%포인트 인상 ‘확실’이라고 보도하기도 했죠.

하지만 어땠나요. 경제는 계속 살아 움직이는 만큼 3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비롯해 주요 지표와 연준의 움직임을 더 봐야 정확한 예측이 가능합니다. 불러드 총재조차 “연준이 5월에 0.5%포인트를 인상할지 결론을 내리는 것은 너무 이르다”고 했습니다. 경제는 속도와 함께 정확도와 방향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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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영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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