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립글로즈·감자칩, '필수품'이라 러시아에 판매?…"제재 논리 훼손"

러시아 판매 중단하겠다던 소비재 기업들,

'필수품' 주장하며 방향제·아이스크림 판매

"러시아 직원 생계 위한 인도주의적 목적"

해명에도…"제재 전제 훼손" 비판 커져

러시아의 모스크바 지역에 있는 펩시코 공장의 전경. 타스 연합뉴스러시아의 모스크바 지역에 있는 펩시코 공장의 전경. 타스 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글로벌 소비재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판매를 중단한다고 선언했지만, 여전히 많은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현재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글로벌 기업들의 소비재는 '레이'의 감자칩, '질레트'의 면도기, '에어윅'의 실내 방향제, 유니레버 브랜드 '리틀 페어리'의 아동용 화장품, 역시 유니레버 브랜드인 '인말코'의 아이스크림 등으로 다양하다.

앞서 미국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이 러시아 내 영업과 제품 판매를 중단해야 한다는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이들 제품 브랜드의 모기업인 펩시코, P&G, 레킷벤키저그룹PLC, 유니레버는 생활필수품을 제외한 상품들의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생활에 필수적이지 않은 제품들까지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WSJ는 "어떤 제품들이 생활필수품이냐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 기업들은 러시아 내 근로자와 공급업자들의 생계 유지 등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공장을 가동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펩시콜라의 제조·판매사인 펩시코는 러시아에서 펩시와 7UP 판매를 중단했지만, 우유·치즈·요거트·이유식·감자칩은 계속해서 생산하고 있다. 펩시코는 최근 러시아에 보낼 목적으로 스코틀랜드에서 2200톤의 감자를 구매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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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몬 라구아르타 펩시코 CEO는 직원들에게 보낸 성명문에서 "우리 사업의 인도적 측면에 집중해야 한다"며 "우리는 우유를 포함한 생필품을 러시아에 계속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면도기 시장 점유율이 70%에 달하는 P&G의 질레트 역시 러시아에서 면도기 제조·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세계적인 가공식품 기업 네슬레도 러시아에 있는 6개 공장 전부를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슬레 측은 이달 초 "러시아에 있는 근로자 7000명의 생계를 책임지고 러시아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식품을 공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했다.

인도적 목적 외의 이유도 있다. 일부 기업들은 러시아에서 이미 체결한 프랜차이즈·합작회사 계약과 러시아 당국의 위협 때문에 영업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러시아는 글로벌 기업들이 철수할 시 현지 자산을 압류하고 직원들을 체포하겠다고 위협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이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가 지나치게 광범위한 만큼 판매 전략을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파울로 파스콰리엘로 미국 미시간대 재무학 교수는 소비재 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사업을 유지할 때 얻게 될 이익과 사업 유지에 따른 평판 손상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필수적이지 않은제품까지 필수재라고 주장하는 것은 평판 손상을 최소화하기 위한 '보여주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제재는 결국 경제 전쟁의 한 형태나 마찬가지"라며 "치즈버거, 신발과 같은 제품까지 필수재라고 말하는 기업들은 제재의 기본 전제와 논리를 훼손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미국 뉴욕주 연기금 역시 최근 펩시코, 킴버리클라크 등의 소비재 기업에게 러시아 사업 강행의 위험성에 대해 고려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김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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