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을 관망하던 삼성물산(028260)(AA+)이 이달 29일 3000억 원 규모 자금 조달을 위해 회사채 수요 예측에 나섭니다. 발행 금리 밴드는 3년물의 경우 개별 민평금리(민간 채권 평가사가 평가한 기업의 금리)에 -20~+20bp(1bp=0.01%포인트) 가산, 5년물은 -30~+30bp가산으로 결정했습니다. 인수 주문이 몰리면 발행액을 최대 5000억 원까지 늘려 현금을 확보할 예정입니다.
최근 시장 변동성이 줄어들면서 투자 수요 확보에 자신이 붙은 모습입니다. 다음 달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를 미리 가늠할 수 있는 시험대인 만큼 자금을 조달하려는 기업들과 회사채 발행 주관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뒤이어 KCC와 롯데칠성, 롯데렌탈, SK네트웍스, SK텔레콤 등도 잇따라 자금 확보에 나설 예정입니다. 시장에서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너무 늘어 수급 부담이 커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그간 회사채 시장은 어느 때보다 한산했는데요. 이달 공모 시장에서 발행된 회사채는 약 1조 4800억 원으로 지난해(4조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기업들의 사업보고서 제출 시즌인 데다가 우크라이나 사태와 미국 연방준비위원화(Fed)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대내외 이벤트가 많아 시장 변동성이 극심했던 영향이 컸습니다. 여기에 단기 자금 유출이 많은 분기 말(3월)까지 투자 수요가 크게 줄었지요.
시장의 회사채 투자 심리를 보여주는 회사채 스프레드(국고채와의 금리 차)는 이달 70bp 가까이 치솟았습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던 2020년 상반기 75bp 안팎이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과도하게 폭락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대내외 불확실성도 크게 완화돼 추가적인 금리 상승 변동성도 줄어든 상황입니다.
저가 매수를 하려는 기관들의 수요도 조금씩 살아나는 분위기인데요. 지금 가격이 폭락한 회사채들을 사들여 캐리트레이드(금리 차에 따른 수익 실현) 투자를 하겠다는 겁니다. 기업의 신용 위험이 커져서 가격이 폭락한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 때문에 스프레드가 벌어진 만큼 추후 다시 회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이지요. 회사채 시장의 길었던 겨울도 조금씩 끝이 보이는 듯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