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결정한 지방선거 공천 감산룰을 두고 당내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대구 시장 출마를 선언한 홍준표 의원이 공천룰에 반발하는 가운데 공선 규칙을 만드는 데 참여한 김재원 최고위원이 대구 시장 경선에 뛰어들면서 논란이 확대됐다. 김 최고위원은 감산 대상이 아니어서다. 의도적으로 감산룰을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에 김 최고위원이 “(감산룰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만든 것”이라고 주장하고 이 대표도 반박에 나서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홍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27년 동안 당과 흥망성쇠를 같이한 내가 무슨 잘못이 있어서 벌을 받으면서까지 경선을 해야 하느냐”며 당 지도부의 공천 감산룰을 비판했다. 그는 “이제 우리 지도부는 야당이 아닌 여당 지도부”라며 “지도부는 사욕을 버리고 당과 나라만 생각하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홍 의원은 전날에도 김 최고위원을 겨냥해 “심판이 자기가 유리한 규칙을 정해놓고 선수로 뛰면 승복할 사람이 세상 어디에 있느냐”며 “지난 대선을 앞두고 당이 총선 당시 탈당한 사람을 대사면하고 입당시키지 않았느냐. 그렇게 해놓고 다시 패널티를 주면 그것이 공적과 상식에 부합하느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20일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오는 24일까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기로 의결했다. 이 과정에서 현역 의원이 지방선거에 지원할 경우 공천 점수에서 10%를 깎기로 결정했다. 현역 의원이 출마할 경우 의석수가 감소하는데 보궐선거에서 후보자를 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더해 최근 5년 이내 선거에서 국민의힘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는 후보는 추가로 15% 감산하기로 했다. 앞서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서도 현직 구청장을 사퇴한 조은희 의원에게 5% 감점을 적용한 바 있다. 홍 의원은 이 두 규정 모두 적용을 받아 총 25% 패널티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감산에서 자유로운 김 최고위원은 이 규칙을 만든 회의에 참석한 뒤 대구 시장 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사실상 특정인을 겨냥해 공천 규칙을 손본 것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자 김 최고위원은 이날 한 라디오(TBS)에 출연해 “이 대표가 가져온 초안은 탈당 경력자에게 25%, 징계 경력자에게 15% 감산을 하자는 내용이었다”며 “오히려 저는 15%로 통일하자는 의견을 냈다”고 해명했다. 자신이 감산폭을 줄였다고 주장하면서 이 대표에게 책임을 떠넘긴 셈이다. 이에 이 대표는 “회의록도 남아있고 배석자들도 다 아니라고 하는 상황”이라며 “자신이 오해를 사니 당대표에게 뒤집어 씌우는 것이 무슨 일인가 싶다”고 반박했다.
당내에서도 공천 규칙을 재논의 할 필요성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BBS) 방송에 출연해 “홍 의원의 경우 대선 후보로까지 뛰었던 분인데 25%나 감산하는 것이 옳은 지 의문”이라며 “어차피 (공천룰은)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성동 의원 역시 “최고위의 그 결정(감산룰)은 누가봐도 특정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며 “공정하지 못하다”고 평가했다. 정미경 최고위원은 “최고위에서 의결을 거친 내용이긴 하지만 공관위에서 달라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처음부터 다시 고민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고 시작한 행위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