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CPTPP 몸값 뛰는데…4월도 가입신청 어렵다

홍남기 "4월 데드라인" 공언 불구

농어민 반발 속 추진 구심점 없어

지선도 앞둬 6월이후나 가능 전망

日 등 11개국 참여…中·대만도 타진

주저할수록 수출경쟁력 타격 우려





우리나라의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신청 시기가 당초 계획했던 4월을 넘겨 6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농어민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센 데다 정권 이양기에 접어들면서 가입을 추진할 구심점마저 사라진 탓이다.

23일 복수의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정부는 CPTPP 가입 신청 절차가 4월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올 1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가입 신청 데드라인을 4월로 잡은 바 있다. CPTPP는 일본과 호주·베트남 등 11개국이 참여한 다자 무역 협정으로 글로벌 총생산의 13%, 무역 규모의 15%를 각각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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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고위 관계자는 “시기를 못 박아둔 만큼 계획한 일정에 맞춰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도 “이해관계자 의견 수렴이나 국회 보고 등 사전 절차를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4월 내 가입 신청이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정이 틀어진 것은 농어민들을 중심으로 한 반발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업 종사자 단체로 이뤄진 ‘CPTPP 저지 한국 농어민 비상대책위원회’는 CPTPP 가입 철회를 요구하며 다음 달 ‘한국 농어민 총궐기대회’까지 예고한 상황이다. 농어촌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반(反)CPTPP 대열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고 정부는 보고 있다. 관련 법에 따라 정부는 대외 협정 가입 신청에 앞서 국회 소위원회 보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국회가 의도적으로 보고 일정을 지연시킬 것이라는 우려다.

정권 이양기에 갈등을 조율할 구심점이 사라진 것도 문제를 키웠다.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터라 청와대가 당내 반발을 억누르기 어렵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CPTPP 가입을 정책 우선 순위에 올려놓고 있지 않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둬 여야를 막론하고 농어촌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은 조기 가입 신청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며 “청와대가 나선다 한들 이미 힘이 빠졌는데 의원들이 말을 들을까 싶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가입을 주저할수록 기회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일례로 한국이 베트남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과 CPTPP 가입국 간 시장 개방 수준을 견줘보면 CPTPP의 개방 수준이 훨씬 더 높다. 한국이 가입 여부를 저울질하는 사이 경쟁국인 일본이나 호주가 우리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동남아시아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 관계자는 “품목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수 있지만 전체 수출 시장을 넓히는 데 주목한다면 CPTPP 가입을 서둘러야 한다”고 전했다.

최근 중국과 대만까지 가입을 타진하면서 CPTPP 가치는 더 뛰었다. 특히 반도체가 강한 대만은 그간 중국의 견제로 FTA 무대에 좀처럼 등장하지 못했는데 CPTPP를 발판 삼아 글로벌 영향력 확대를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대만이 CPTPP 가입을 통해 일본 등과 반도체 부문에서 협력을 강화하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세종=김우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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