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의 집무실 용산 이전 방침에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윤 당선인이)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다"고 상황을 짚었다.
진 전 교수는 22일 전파를 탄 CBS 라디오 '한판승부'에 나와 "저는 청와대 이전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면서도 "청와대에 들어가서 집무를 보다가 TF팀을 꾸려서 꼼꼼하게 따져본 다음에 해도 늦을 것 같지 않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진 전 교수는 "솔직히 말하면 제가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빌라로 이사 가는 데도 두 달 걸린다"며 "그런데 청와대를 옮기는 데 그걸 한 달 반 만에 하겠다는 게 저는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간다"고도 했다.
진 전 교수는 또한 "결단을 하고 집무하다가 이사 가시면 되는 거 아닌가"라며 "안 들어가고 버틴다는 것도 좀 우습게 들린다. 굳이 꼭 그래야 되나. 제가 국방부 근무해서 아는데 그 상징성이라는 게 국방부로 들어가면 국민들하고 더 친해질 것 같지 않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진 전 교수는 "당선인이 굳이 하겠다고 한다면 그냥 하게 내버려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 덧붙여 진 전 교수는 "국방부에서는 안보 공백이 생길 수 있다고 그러는데 안보 공백이야 이사 가려면 언제든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건 하나마나 한 얘기인 것 같다"면서 "또 한편으로는 2년씩, 3년씩 끌다 보면 진짜 못 하게 된다"고 내다봤다.
더불어 진 전 교수는 "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하게 된다면 지금 남은 정권이 새로운 정권을 위해서 이 정도는 협조를 해 주고 다른 부분들을 따낼 건 따내야 될 것 같다"면서 "예를 들어서 검찰총장 임기제 채우게끔 도와준다든지, 서로 주고받는 합리적인 선에서 요구들을 조정해 나가는, 그래서 정권 이양이 평화롭게 합리적으로 될 수 있는 되는 방향으로 끌고 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진 전 교수는 "윤석열 캠프에 대해서는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예우, 존중을 좀 했으면 좋겠다. 보면 시비 건다는 태도"라면서 "약간 신경전을 벌이는 이런 태도는 저는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제기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는데, 그건 대부분 다 실무적으로 해결할 문제다. 원칙적으로 찬반에 관련된 논점이 아니다"라며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런 것들은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 (문 대통령과 윤 당선인이) 빨리 만나셔야 된다"고 했다.
한편 청와대가 윤 당선인 측의 집무실 용산 이전을 두고 "무리한 면이 있다"고 제동을 걸자 윤 당선인 측은 즉각 "안타깝다"고 반발하면서 신구 권력이 정면 충돌했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1일 브리핑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확대관계장관회의 결과를 밝히며 집무실 이전안에 대한 우려를 전했다.
박 수석은 "안보 공백과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충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와대 측은 22일 국무회의에서 용산 이전 예비비 처리가 어렵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용산 이전을 위한 첫 공식 절차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대해 윤 당선인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입장문을 내고 "문재인 대통령이 가장 대표적인 정권 인수인계 업무의 필수 사항에 대해 협조를 거부하신다면 강제할 방법이 없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김 대변인은 "5월 10일 0시부로 윤 당선인은 청와대 완전 개방 약속을 반드시 이행하겠다"며 집무실 이전을 끝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문 대통령이 계속 협조를 거부한다면 정부 출범 직후 서울 통의동에서 집무를 시작하겠다고도 했다. 청와대를 국민에게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이를 지키기 위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고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집무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