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투자의 창] '위대한 기업'을 싸게 살 기회

남동준 텍톤투자자문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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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주식시장의 침체가 연초부터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는 명백한데 해결의 실마리를 찾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예상보다 심각해진 인플레이션 상황으로 긴축 기조가 불가피한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의 우려가 증폭된 상태다.



일단 현실로 닥친 우크라이나 관련 이슈를 짚어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새로운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30년 전 소비에트연방이 해체된 후 현재까지 두 나라는 끊임없는 갈등과 해소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특히 지난 2004년 친서방 세력이 우크라이나 정권을 잡으면서 갈등은 더욱 깊어져 수시로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중단 같은 사태가 벌어졌다. 그러나 대부분은 협상을 통해 해소됐다. 심지어 2014년 러시아가 크름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한 후 긴장이 5년간 이어졌지만 결국에는 2019년 12월 두 나라는 협상을 통해 봉합한 사실이 있다. 물론 현재 진행 중인 전쟁 상황이 과거와 같을 것이라는 무리한 주장을 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지난 수십년간의 역사적 사실을 참조한다면 극단적인 상황이 발생될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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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이 러시아에 가하는 경제적 제재의 파급에 대한 우려가 크다. 그러나 현재 수준의 제재 조치가 2014년 취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실질적 효과에 대한 의문은 든다. 국제통화기금(IMF)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2014~2018년 사이 미국과 유럽국가들의 경제적 제재 조치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에 미친 영향은 -0.2%에 불과하다. 가장 큰 원인은 미국과 유럽 국가 간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달랐기 때문이다. 냉전 체제에서나 가능한 굳건한 연대가 이뤄지기 힘들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걷잡을 수 없는 신용위기 수준의 파국 가능성보다는 결국 협상의 실마리를 잡을 가능성에 무게를 둬야 할 것이다.

문제는 시간과 기회다. 인내해야 할 시간은 어느 정도이며 위기에서 얻을 수 있는 기회는 어떤 것일까. 일단 시간을 알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다만 2014년 3월 러시아의 크름반도 침공 전후 주식시장의 흐름을 단순 복기해 보면 약 3개월간의 하락 조정으로 일단락됐다. 어려울 때 우리가 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전쟁·인플레이션 등으로 동반 할인된 ‘위대한 기업’들을 선별하는 것이다. 위기에만 주어지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2014년에도 전쟁과 변동성, 긴축과 경기 침체 우려를 잊게 만든 기업이 있었다. 다름 아닌 애플이었다. 당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보다 연간 6배 이상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2014년 9월, 독립적인 자체 개발 칩(A8)을 장착한 데다 대화면(5.5인치)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아이폰(모델 6시리즈)이 대성공을 거둔 데다 배당, 자사주 매입, 액면분할 등 주주친화정책으로 투자자들의 기대가 집중됐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이나 비용 상승을 충분히 전가할 수 있는 시장 지배력, 성장 산업 내에서도 혁신을 거듭해 성장세를 이어가는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수요는 전쟁이나 금리 상승 국면에서도 줄어들지 않는 법이다.

3월 8일,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득 찬 언론 지면에 가려졌지만 독특한 애플의 신제품 발표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저가형 스마트폰에 대한 출시로 시작됐지만 가장 주목했던 내용은 애플의 자체 반도체 탑재 전략이었다. 퀄컴이나 인텔의 범용 반도체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한 반도체를 스마트폰뿐 아니라 컴퓨터를 비롯해 자사 기기에 모두 탑재할 계획인데 이는 다른 어떤 회사와도 차별화된 강점이다. 시장 지배력을 더욱 확고하게 할 수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 역량에 대한 자신감이 드러났다. 더욱 경이로운 것은 과거 2014년 9월 발표하면서 계획된 전략대로 2022년 3월 신제품이 나오고 기술 적용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지난 수년간 혼란스러웠던 시장에 휩쓸리지 않고 10년의 호흡으로 내재가치를 축적하고 있는 기업을 더욱 할인된 가격으로 운 좋게 투자할 기회는 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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