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공감] 중대사를 결정하는 정조의 방법





정조는 각 당파가 화합할 것을 유도하는 동시에 제 목소리를 분명하게 낼 것을 요구했다. 영조가 신하들에게 당파의 이해를 떠나 국왕에게 귀의하라고 요구한 것과는 달리, 정조는 신료가 당파와 의리를 고수하는 것을 인정하면서 그 위에서 탕평을 추구했다. 신료에게 그러한 태도를 요구했을 뿐만 아니라 스스로도 남과 다른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또 각을 세우는 행위를 비판하기보다는 오히려 치켜세웠다. “내 평생 정국 운영에서 모가 나지 않고 쓸데없는, 골동품 버릇과 기상을 몹시 증오했다”고 밝히며 모가 나게 행동하는 정치적 자세를 두둔했다. (안대회, ‘정조의 비밀편지’, 2010년 문학동네 펴냄)


2009년 정조가 신하 심환지에게 쓴 비밀 편지 297통이 공개됐다. 학계는 떠들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정조를 독살한 것이 바로 심환지라는 설까지 떠돌 정도로 심환지는 정조의 정적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 심환지가 정조의 ‘펜팔’이었다니. 조선의 절대 권력자가 읽고 나서 반드시 없애라던 이 편지들은 엉큼한 펜팔로 인해 버려지지 않고 전해져 일대 파란을 불러일으켰다. 이 비밀 편지에서 드러나는 정치인 정조의 맨얼굴은 뚝심의 개혁 군주, 조선 최후의 성군으로 기록된 공식 역사 속의 정조보다 훨씬 재미있다. 그는 골동품처럼 머리가 굳고 자리보전이나 하는 관료를 ‘증오’했다. 그런 자에게는 “일마다 사납고 독하게 하라”고 일갈했고, 편지에 욕을 써 놓기도 했다. 늘 성은이 망극한 예스맨만 끼고 돌지 않고 심환지처럼 사사건건 자신을 걸고 넘어지는 자일지라도 몰래 서신을 주고받으며 그의 속내를 알고자 했다. 나아가 중요한 일을 함께 도모해 나라를 경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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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세계 곳곳은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인간 말종으로 보아 기필코 소탕하려는 양극단의 사람들 때문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진짜 절대 권력자란 적을 짓밟아 뭉개는 독불장군이 아니라 적의 마음까지 읽어내고 다스려 합칠 줄 아는 사람이 아닐까. /이연실 출판사 이야기장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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