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이중과세·소득역진성 논란…탄소세 도입 당분간 보류

당국,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보완으로 가닥

尹도 "신중 추진"…사실상 논의 중단될 수도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1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20년 11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2050 탄소 중립 범부처 전략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탄소세 도입을 당장 추진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병행될 경우 이중과세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23일 세제 당국에 따르면 정부는 탄소세 도입을 즉각 추진하기보다 기존에 운용 중인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를 보완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정부 발주로 조세재정연구원과 환경연구원·에너지경제연구원·교통연구원 등이 진행한 탄소 가격 부과 체계 개편 방안 연구가 이달 중으로 마무리되는 가운데 연구 결과 보고서도 이 같은 방향으로 작성될 것으로 보인다.



2050 탄소 중립(탄소 순배출 제로)을 위해 정부가 그간 탄소세 도입을 저울질해왔지만 기존 제도와의 이중과세 논란에 한 발짝 물러섰다는 분석이다. 탄소세는 탄소 배출량에 따라 당사자에 일정 규모의 세금을 매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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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부가 지난 2015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와 사실상 같은 효과를 내 이중과세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란 온실가스 배출 기업에 연간 정해진 배출량을 할당하고 배출권을 초과한 기업은 그 초과분을 다른 기업으로부터 매입하도록 한 제도로 탄소세와 같이 탄소 배출 감축을 유도하는 효과를 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탄소세를 도입하더라도 그동안 배출권거래제에 참여하지 않았던 기업들에만 부과해 이중과세 논란을 피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KDI는 13일 발간한 ‘탄소세 도입 방안에 대한 연구’에서 “이중과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배출권거래제 참가자들에 대해서는 탄소세를 면제하거나 환급해야 한다”며 “기존 배출권거래제 대상에 대한 탄소세 부과는 추가적인 온실가스 감축이나 사회적 후생의 증가를 가져오지 못하고 배출권 가격의 하락과 거래 규모의 축소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탄소세를 추가로 부과하게 되면 배출권만 시행됐을 때의 탄소 감축 효과마저도 내지 못할 수 있다는 의미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탄소세 도입에 적극적이지 않은 만큼 탄소세 도입 논의가 사실상 중단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 공약집에 따르면 윤 당선인은 “온실가스 배출권 유상 할당을 확대하고 탄소세 도입은 신중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탄소세 신설은 결국 증세라는 점에서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윤 당선인에게도 부담이다. 게다가 탄소세의 ‘소득 역진성’으로 심한 조세 저항이 예상돼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생산자에게 탄소세를 부과하면 에너지와 상품 가격이 오르게 되는데 이는 결국 저소득층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프랑스와 호주 등에서 탄소세에 대한 조세 저항이 심했던 점을 지적하며 “(이런 사례는) 탄소세 도입 시 급격한 조세 부담 증가, 배출권거래제와의 중복 규제 문제, 조세 저항 등의 문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의 필요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연구 용역 결과가 배출권거래제 보완 쪽으로 가닥이 잡힌 것은 맞다”면서도 “탄소세 도입 자체가 무기한 보류된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세종=곽윤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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