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반으로 쪼갠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5월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정권 이양 업무에 착수했다. 국정 운영의 틀을 새로 짜겠다는 인수위 분위기는 뜨겁지만 그 열기는 통의동 담벼락을 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국론은 갈라졌고 반대편에 으르렁대는 것은 선거 전과 다를 바 없다.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놓고 벌이는 한 치 양보 없는 대립은 서막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이슈를 불문하고 상대를 혐오하고 갈등을 부추기는 포털 사이트의 댓글 창은 공론의 장이 아닌 혼란의 장이다.
어수선한 시기에 우리나라 최대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최수연 대표(CEO)가 새로 취임했다. 1981년생 ‘MZ세대’인 최 신임 대표는 “글로벌 사업 다각화의 원년”을 선언했다. 직장 내 괴롭힘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네이버 조직 문화의 변화도 예고했다. 그리고 아직 언급하지 않았지만 그에겐 이번 선거 뒤로 미뤄 놓은 뉴스 서비스 개편 이슈가 기다리고 있다.
네이버가 뉴스 서비스 첫발을 뗀 것은 2000년 5월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인터넷 뉴스 이용률은 79.8%, 포털 뉴스 이용률은 79.2%까지 올라섰다. 0.6%포인트를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온라인 독자가 포털에서 뉴스를 본다는 의미다. 포털 의존도가 워낙 높다 보니 네이버의 뉴스 서비스 정책이 바뀔 때마다 언론사의 뉴스 소비량과 광고 수익은 널뛰었고, 조회 수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지극히 불안정한 ‘포털 뉴스’ 시스템이 뿌리내렸다.
그나마 최근 몇 가지 사건을 계기로 언론사들은 포털 뉴스의 한계를 어느 때보다 심각하게 인지하고 있다. 지난해 연합뉴스의 네이버 퇴출 사건은 포털과 언론사의 공생 관계가 결코 정상적이지 않음을 보여줬다. 여기에 다음 뉴스가 카카오뷰로 개편되고, 뉴스를 클릭하면 언론사 사이트로 넘어가는 아웃링크로 전환되면서 언론사 홈페이지에 포털 독자들의 유입이 늘기 시작했다. 지난 20년 동안 “어차피 안 될 일”이라고 자조하던 언론사들은 새삼스럽게 독자 관리와 구독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포털 뉴스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낸 적은 없다. 하지만 안철수 인수위원장은 다르다. 안 위원장은 포털 중심의 언론 환경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고 비판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안 위원장은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도 “포털에서 뉴스를 검색하면 네이버나 다음 인링크가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든 사이트로 옮겨 가게 아웃링크 하는 방식이 돼야 인터넷 생태계가 유지될 수 있다”며 핵심을 찔렀다. 인수위 과기분과에서 포털 이슈를 누가, 어디까지 건드릴지 촉각을 세울 만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의 미래를 상징하는 최 신임 대표와 차기 정부의 5년 계획을 책임진 안철수 위원장의 ‘말이 되는’ 조합이 눈길을 끈다. 법조인 출신의 최 대표는 네이버 뉴스 서비스의 영향력과 네이버의 정치 편향성 논란 사이에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카카오가 빠져나간 포털 뉴스제휴평가위원회 심의위원회를 ‘네이버 전용 위원회’로 다시 꾸릴지, 뉴스 서비스를 카카오처럼 아웃링크로 전환할지도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안랩 CEO 출신으로서 정보기술(IT) 업계를 잘 이해하는 안 위원장은 그 어느 정치인보다 훌륭한 파트너로서 대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포털이 뉴스 서비스를 바꾼다고 한국 언론의 해묵은 문제가 일거에 해결될 리 없다. 하지만 지금처럼 자극적인 뉴스로 갈등과 혐오를 키우는 소모적인 뉴스 생태계는 포털은 물론 언론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네이버 안에서 20여 년간 길들여진 언론사들이 포털을 벗어나 자력으로 살아남기란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인수위가 미디어 산업의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협의체를 만들면 어떨까.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는 2022년 언론 산업의 키워드를 구독 기반 수익 모델과 독자와의 커뮤니티 구축이라고 발표했다. 대한민국은 IT 기술력과 콘텐츠 강국으로 인정받지만 대한민국 언론은 글로벌 미디어 산업의 키워드가 꿈 같은 소리일 뿐이다.
윤 당선인은 차기 정부의 목표로 국민 통합을 내걸었다.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옮기면 1층에 프레스룸을 만들어 대통령과 언론 간의 커뮤니케이션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렇게 늘린 대화는 어떤 통로로 전달될까. 언론과 국민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고민 또한 놓쳐선 안 되는 이유다. 포털 뉴스에 대한 고민은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