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국제의용군에 참여하겠다며 휴가 도중 폴란드로 무단 출국한 현역 해병대 병사가 단체 대화방에 “극단적 선택을 할 바엔 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다 죽겠다”는 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23일 SBS 보도에 따르면 해병대 병사 A씨(20)는 22일 새벽 4시경부터 ‘우크라이나 국제군단 지원자 모임’이라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글과 사진을 잇따라 올렸다. A씨는 “우크라이나 국경도시 흐레벤느네로 가는 길이다”라며 한밤 중 도로를 찍은 사진을 올렸다. 그러면서 “23시(오후 11시) 국경에서 미군들과 함께 들어가기로 약속해서 가고 있다”라고 글을 남겼다.
그는 캄캄한 도로 사진을 올리면서 “군대 갔다가 부조리란 부조리는 다 당해봤고, 극단적 선택을 할 바에는 전쟁국인 나라에 가서 민주주의를 위해서 싸우고 죽든지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가는 거다”라며 “제가 싸우고 돌아가든 (싸우지 못하고 돌아가든) 처벌은 어차피 똑같은데, 우크라이나 시민권 받아서 새 삶을 살아볼 계획”이라고 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2일 세계일보와의 통화에서 의용군 지원을 결심한 배경에 대해 ‘자신이 겪은 병영 부조리’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음의 편지’를 썼는데 가해자는 경위서 한번 쓰게 하고 끝나더라”면서 오히려 자신이 선임을 ‘찔렀다’는 이유로 더 혼나고 욕을 많이 먹었다고 전했다. 또 “우크라이나로 오게 된 것과 직접적인 연관은 없다”면서도 “부대에 남아 선임 병사들에게 혼날 것을 생각하니 싫더라. 극단적인 선택을 할 바에 죽어도 의미 있는 죽음을 하자는 생각으로 왔다”고 설명했다.
한편 입대한지 5개월가량 된 A씨는 지난 21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폴란드 바르샤바로 향했고 현재는 행방이 묘연한 상황이다. 군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2일 폴란드에서 입국을 시도하던 중 우크라이나 국경검문소에서 입국이 거부 됐다. 한국 정부 측이 우크라이나에 A씨의 신병확보 협조를 요청하면서다.
그러나 A씨는 폴란드 국경검문소에서 한국 대사관 관계자와의 접촉을 거부하고 ‘남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하며 버텼다. 이에 폴란드 측은 자국 내에서 범죄를 저지른 현행범이 아닌 이상 A씨의 인신을 구속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고, 한국 정부도 폴란드 영토인 국경검문소에서 A씨의 신병을 구속하거나 귀국을 강제할 권한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는 외교부 당국자에게 “자유를 간섭하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현재 그는 23일 새벽 폴란드 국경수비대를 떠나 소재 파악이 안 되는 상황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