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민·관 협업’을 강조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인식에 기대감을 드러내며 “민간의 입장으로 보면 ‘롤 체인지’(역할 변화)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23일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가장 기대하는 경제정책 방향을 묻는 질문에 “과거에는 정부가 무언가 정책을 정하고 그 중간에 의견을 수렴하는 형식으로 했지만 이젠 정책을 만들어 나갈 때 공동으로 같이 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 당선인 당선 후 주요 경제단체장 중 기자간담회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규제 개혁’ 방향에 대해 “규제가 필요한가, 바뀌어야 하는 거냐, 폐기돼야 하는 거냐, 이런 많은 얘기들이 논의가 돼야 한다”며 “기업 입장만을 반영할 수 없고 우리도 기업 입장만 반영해 달라 얘기할 수 없다. 민관이 협력해 뭔가를 한다면 유효성과 여러 데이터를 분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은 규제 개혁에 대한 논의가 단순한 정치적 구호에 멈추지 않기 위해 구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그는 “정말 뭔가를 바꾸고 싶으면 더 디테일해야 한다. 그냥 규제개혁을 외치는 건 정치권이나 행정부 차원에서 말할 수 있지만 기업 차원에서는 ‘어떤 규제를 어떻게 바꿀 것이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탄소중립’을 예로 들면서 “규제 개혁은 ‘그 일은 하지 마라’가 아니라 ‘그 일을 잘하면 무엇인가 줄게’라고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례로 탄소를 줄일 여력이 없는 중소기업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불법 배출하는 식으로 의도와 다른 결과를 보일 수 있는데, 규제를 둔다고 결과가 반드시 좋은 건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 회장은 “그 규제가 목표로 하고 있던 게 무엇이냐, 그 목표가 지금 현실에 부합하느냐를 판단한 후 필요하면 규제를 바꿀 새 방법을 찾는 것”이라며 “정부만 설득해서 될 게 아니고 상당부분은 법과 관련 있기 때문에 국회에서도 세팅해 줘야 가능하다”고 했다.
최 회장은 상의가 취합한 민간 제안(1만 건)을 윤 당선인에게 조만간 전달할 계획이라면서도 정부에 건의하고자 하는 기업들의 입장을 묻기 위해 별도의 모임을 갖는 건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경제단체장 회의를 했는데 상의가 주도해서 다른 기업인들을 불러서 미팅을 한다는 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한다”며 “인수위에서 필요하다고 생각하면 연락할 것”이라고 했다.
경제계의 화두가 되고 있는 ‘ESG 경영’과 관련해서는 “억지로 시키는 건 절대로 바람직한 방법이 아니다”라며 “정부 스스로도 ESG를 해줬으면 좋겠다. 자발적으로 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원자재 공급망이 크게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솔직히 그렇게까지 위협적인 문제라고 보지 않는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심각한 위기가 오지는 않을 것”이라며 “다만 그 이후가 더 걱정이다. 러시아가 어떻게 취급당할지, 중국은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그런 게 원자재값과 모든 문제들에 어떻게 영향을 줄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최 회장은 윤 당선인과 경제6단체장 회동에 앞서 또 다른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논란이 됐던 점에 대해 해명하기도 했다. 그는 “전경련과 대한상의가 라이벌이라는 개념은 없다. 반목이나 갈등도 없다”며 “작년부터 전경련을 포함해 모든 경제단체와 협조하고 있고 개인적으로 허창수 전경련 회장과 친하다”고 말했다. 다만 전경련을 탈퇴한 SK그룹이 전경련에 다시 가입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은 가입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