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금융그룹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지난해 핵심 계열사인 한국투자증권이 부실 사모펀드에 대해 투자 원금을 전액 보상하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데 이어 올해는 그룹 차원에서 청년 기업 투자를 확대하며 사회적 가치 창출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최근 지주사 한국금융지주가 청년 기업을 위한 재무적 투자와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는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를 설립했다고 밝혔다. 기업금융(IB) 부문에서 다년간 쌓아온 사업 역량을 적극 활용해 청년 기업을 지원하고 실질적인 사회적 가치 창출에 앞장선다는 목표다.
액셀러레이터는 사업 개시 3년 미만의 초기 창업 기업을 발굴해 시드(seed) 투자, 사업공간 제공, 멘토링 등 창업 보육을 수행하는 전문기관이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는 지난 15일 ‘한투 바른동행 셰르파 제1호’ 펀드를 결성하며 첫 사업을 시작했다.
해당 펀드는 엑셀러레이터 펀드 중에서는 최대 수준인 150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책임 투자와 사회공헌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 정부 정책자금의 투입 없이, 한국투자증권을 비롯한 한국투자금융그룹 계열사의 출자로만 구성했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는 앞으로도 매년 청년 기업에 15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한국투자엑셀러레이터는 스타트업과 벤처기업이 밀집해 있는 서울 테헤란로 인근에 창업 보육 공간인 ‘‘플랫폼 365’도 마련했다. 청년 창업가들이 각자의 꿈과 목표를 위해 365일 무한한 가능성을 펼쳐나갈 수 있도록 창업부터 후속투자까지 단숨에 지원하는 원스탑 플랫폼(One-stop Platform)을 지향한다. 2개 층 1600㎡(약 480평) 규모로 최대 30여개 기업이 입주 가능하며 제반 설비 일체를 무상으로 제공한다. 사무공간 외에도 공용 미팅룸과 대형 컨퍼런스홀, 1인 기업을 위한 ‘포커스룸’ 등을 갖췄으며, 향후 1개층(약 200평 규모)을 추가로 확대할 계획이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 설립은 ESG 경영 확대의 연장선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그룹 관계자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걸로 사회에 공헌하자’는 김남구 회장의 제언에서 시작해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게 됐다”며 “그룹의 역량을 활용, 초기 기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업의 생애 주기 전 사이클을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액셀러레이터를 통한 창업 지원은 금융그룹의 정체성을 살리면서 동시에 계열사 간 시너지를 이용해 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투자액셀러레이터가 창업 초기 기업을 발굴·육성하면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는 한국투자파트너스가 바톤을 이어 받아 후속 투자를 지원, 그리고 중견 기업으로 성장한 후에는 한국투자증권과 한국투자프라이빗에쿼티 등이 나서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M&A)을 조력하는 방식이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은 이전부터도 금융그룹의 특성에 맞는 ESG 경영을 실천해 왔다. 특히 작년에는 금융회사의 ESG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금융소비자 보호 실천을 통해 금융투자업계가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데 공헌했다. 지난해 6월 판매 책임 이슈가 불거졌던 부실사모펀드 10개 상품에 대한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하기로 결정하고, 이후 2개월에 걸쳐 모든 보상을 마무리한 것이다. 이 같은 결정은 회사의 단기적인 이익보다 금융소비자 보호에 초점을 맞춘 선제적인 결정으로 호평받았다.
또 단순한 일회성 보상에 그치지 않도록 회사의 내부 통제 기준을 강화하고 부실상품에 대한 명시적 보상 기준을 함께 수립하기도 했다. △상품선정위원회의 기능과 책임을 강화하고 △투자상품 사후관리 전담 조직을 신설하는 한편 △상품 판매 관련 직원 교육과 감사의 확대 △관련 평가보상 시스템을 개편하는 등 영업관행 전반에 걸친 혁신에 나섰다.
이어 전 임직원이 ‘고객에 대한 바른 생각, 바른 행동’을 실천하겠다는 결의를 다지기도 했다. 고객 신뢰에 반하는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고, 고객 신뢰에 맞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고객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금융 질서를 확립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투자증권은 회사가 재무적 성장을 이어가는 가운데 비재무적 요소인 사회와 환경 관련 이슈에서도 그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을 갖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석탄 관련 투자 중단을 선언하면서 금융권의 탈(脫)석탄 흐름을 이끌었으며, 작년 4월부터는 환경부로부터 탄소배출권 거래시장 조성자로 선정되어 탄소배출권 관련 신설 부서인 ‘카본솔루션부’를 통해 탄소배출권 관련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일관성 있고 체계적인 ESG 사업 추진을 위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도 갖췄다. 정일문 사장을 비롯해 사외이사인 김태원 구글코리아 전무와 조영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교 교수가 위원회에 참여하고 있다. ESG위원회는 △친환경 기업투자 △ESG 채권 인수?상품출시 △동반성장?상생가치 실현 △포용적금융?사회공헌 확대 △지배구조 우수기업 상품개발 투자 등을 중점사안으로 뒀다. 정일문 사장은 “세상의 가치 기준이 바뀌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면서 "한국투자증권은 오로지 고객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생각하고, 실행하면서 대한민국 자본시장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