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김범수 800억 달라" 카카오 임지훈…주총승인 안받았다는데 쟁점은?

카카오 "계약 당시 주총 결의 없었다"

임 전 대표 "1차 때 김범수 승인 받아"

2차 계약 때 회사 주인은 카카오 변경

1차 계약…2차 계약의 연장선상인가?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와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임지훈 당시 대표가 카카오(035720)벤처스와 맺은 성과보수 약정은 이사회·주주총회 승인을 받지 않았다.” (카카오 측)



“계약 당시 카카오벤처스의 1대 주주는 100% 지분을 보유한 김범수 의장이었다. 사실상 주주결의를 받은 것이다.” (임지훈 전 대표 측)

임지훈 전 카카오 대표가 김범수 이사회 의장을 상대로 “800억 원대 성과급을 달라”고 제기한 소송과 관련해 주요 쟁점은 계약의 연속성을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가 될 전망이다. 임 전 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카카오벤처스와 성과보수 계약을 체결했는데 첫 계약시에는 김 의장이 카카오벤처스의 최대주주였지만 현재 성과급 청구의 근거가 되는 두 번째 계약 때 카카오벤처스의 주인은 카카오로 바뀌었다. 임 전 대표는 김 의장의 허락을 얻었기 때문에 두 계약 모두 유효하다고 주장하고 있어서 첫 번째 계약이 두 번째 계약과 이어진다는 걸 입증하는 게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26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임 전 대표는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 김 의장과 카카오벤처스를 상대로 최대 887억 원에 이르는 성과보수를 달라는 취지의 약정금 청구 소송을 냈다. 임 전 대표가 요구하는 성과보수는 그가 2012~2015년 사이 카카오벤처스 대표로 있으면서 운용했던 ‘케이큐브1호 벤처투자조합’ 펀드 실적에 대한 대가다. 이 펀드는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등에 초기 투자를 하며 소위 ‘대박’이 났다. 2012년 6월 약 115억 원 규모로 설정돼 10년 뒤 100배가 넘는 1조 원 이상의 가치로 끌어 올리며 지난해 말 청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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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 전 대표가 성과급을 요구하는 근거는 앞서 카카오벤처스와 맺은 계약이다. 그는 카카오벤처스 대표이던 2015년 1월 우선적으로 성과급의 70%를 받는다는 내용의 1차 계약을 회사와 맺었다. 이어 같은 해 12월 기존 합의를 조정해 보상 비율을 70%에서 44%로 낮추고 대신 ‘근무 기간에 상관 없이 성과급을 전액 지급한다’는 조건의 계약을 맺었다. 임 전 대표가 카카오벤처스 대표를 그만 두고 카카오 대표로 옮겨간 상황을 고려해 퇴직해도 성과보수를 챙길 수 있게끔 새로 정한 것이다. 임 전 대표는 2015년 9월 카카오 대표에 취임했다.



하지만 카카오 측은 이때 맺은 2차 계약이 이사회, 주주총회를 거쳐 확정된 게 아니기 때문에 유효한지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올 초 임 전 대표에게 “성과급 지급이 어렵다”고 통보했다. 카카오 측은 “성과급 지급 관련 제반 절차의 흠결이 있다는 사실을 회계법인과 법무법인에서 지적했다”며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지급하기 어렵다고 판단 받았고 법무·세무 문제를 법원에서 해결 후 (성과급을) 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봤다”고 했다.

반면 임 전 대표 측에서는 1차 계약 당시 김 의장이 승인해 결의됐다는 점을 들어 절차상 하자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임 전 대표 측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려면 먼저 당시 김 의장이 동의했다는 사실관계와 함께 이 동의를 주총 의결로 볼 수 있는지, 그리고 1차 계약에 대한 승인을 2차 계약까지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지가 증명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2차 계약 당시 카카오벤처스의 주인은 김 의장이 아닌 카카오였기 때문이다. 카카오는 2015년 3월 김 의장의 카카오벤처스 지분 100%를 사들였다.

카카오는 2차 계약을 맺으면서 1차 계약은 사실상 무효가 됐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1차 계약은 임 전 대표가 카카오벤처스 펀드 청산까지 책임진다는 전제 하에 맺은 것이지만 2차 계약은 그가 카카오로 소속을 옮기며 나중에라도 보상을 받고자 성과급 지급 비율까지 낮춰가며 맺은 것이므로 두 계약은 전혀 다른 성격의 계약이라는 논리다.

다만 법조계에서는 임 전 대표의 보수 계약이 이사회, 주총 승인을 거치지 않았다고 해서 무조건 무효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또 임 전 대표의 2차 계약 당시 신분이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아니었기 때문에 상법상 대표이사, 임원 보수 관련 법령이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계약 당시 카카오벤처스에서 정한 회사 내규나 정관에서 보수를 어떻게 정하라고 규정했는지가 중요하다”며 “반드시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면 임 전 대표에게 불리하겠지만 그러한 내용이 없다면 법 해석을 두고 양 측이 치열하게 다툴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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