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EU, 입법 통해 123조 쏟는데…韓은 반도체특별법 '생색'만

[그래도 시장경제가 답이다]

<1> 기업 없이 國富 없다-흔들리는 韓 '반도체실드'

美, 혁신경쟁법안 통과…64조 들여 생산 인프라 강화

EU도 59조 투입, 인텔 신규 팹 짓고 기존 공장 증설

韓, 기업 투자확대론 한계…대통령이 컨트롤타워 나서야





세계 반도체 시장이 격동의 시기를 맞고 있다. 반도체 수요 폭증으로 각 대륙 곳곳에 반도체 공장이 우후죽순으로 들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 간 반도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패권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칩’은 단순한 산업 분야가 아닌 안보의 영역까지 아우르게 됐다. 지난 수십 년간 반도체 분야에서 우위를 지켜온 한국은 선진국의 거침없는 도전에 맞서야 한다. 새 정부는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하면서 국내 반도체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미국, 반도체 공급망 재편 선봉장 자처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국가는 미국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1월 대통령 취임 이후 줄곧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강조했다. 아시아에 80% 이상 편중돼 있는 반도체 생산 인프라를 미국으로 끌어오겠다는 전략이다.

미국은 최근 다양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미국 하원을 통과한 미국경쟁법안(COMPETES Act)에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대를 위해 520억 달러(약 64조 원)를 투입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상원은 지난해 6월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520억 달러를 투입하는 목적의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을 통과시켰다. 하원을 통과한 미국경쟁법안은 상원으로 송부돼 미국혁신경쟁법안과의 협의 조정을 거쳐 올해 안에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각국 반도체 업체들도 미국에 생산 인프라를 건설하고 있다. 반도체 공급망 재편의 선봉을 자처하는 인텔은 애리조나·오하이오주에 각각 20조 원 넘는 금액을 투자해 새로운 반도체 팹 4기를 건설한다.

인텔은 지난해 3월 IDM 2.0이라는 회사 전략을 발표하면서 대만 TSMC, 삼성전자가 주도했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사업을 재개하겠다고 선언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70억 달러(약 20조 원)을 투입해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새로운 파운드리 팹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운드리 점유율 1위 TSMC도 미국 애리조나주에 120억 달러(약 14조 원)를 투자해 5나노 팹을 건설하고 있다. 전미반도체협회(SIA)는 520달러 규모의 반도체 정책이 가동되면 10년 동안 미국 내 19개 생산 시설이 세워지고 미국의 글로벌 반도체 생산 역량이 24%까지 올라올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EU, 59조원 투자로 신흥 강자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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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은 430억 유로(약 59조 원) 이상을 투입하는 초대형 반도체 인프라 구축 계획을 가지고 있다. EU집행위원회는 EU 반도체 칩법을 제안하고 유럽 반도체 생산 점유율을 현재 9% 수준에서 20%까지 달성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격변하는 유럽 반도체 시장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 업체는 인텔이다. 인텔은 향후 10년간 110조 원을 투자해 유럽 반도체 인프라를 확대하기로 했다.

170억 유로 이상을 들여 독일 마그데부르크에 신축 팹 2기를 짓고 프랑스에는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할 예정이다. 또 기존 아일랜드 공장은 120억 유로를 들여 생산 기술을 끌어올린다.

이외에도 TSMC·마이크론 등 세계 유력 반도체 업체를 현지로 끌어들인 일본, 미국의 각종 압박에도 반도체 굴기 의지를 꺾지 않는 중국, TSMC를 필두로 파운드리 최강자 자리를 수성하려고 하는 대만의 반도체 투자가 괄목할 만하다.

흔들리는 韓 실리콘 실드…화끈한 지원책 절실

한국에서는 양대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위주로 대형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TSMC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삼성전자는 3㎚(나노미터·10억분의 1m) 파운드리 공정 투자에 박차를 가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구축을 위한 기초 작업에 분주하다.

정부의 지원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정부의 K반도체 지원 전략에 이어 이른바 ‘반도체 특별법’이라고 불리는 국가첨단전략특별법이 올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러나 시설 투자에 필요한 세액 공제, 인력 양성에 대한 부분이 업계가 요구한 만큼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이 아쉽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 간 반도체 패권 다툼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실리콘 실드’를 형성하려면 대통령이 직접 컨트롤 타워가 돼 국내 기업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 회장은 “반도체가 경제 안보의 핵심 축이 된 만큼 새로운 정부의 대통령이 이 상황을 이해하고 컨트롤 타워가 돼서 정책 마련을 주도해야 한다”며 “정부가 대응을 잘할수록 국가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라고 밝혔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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